현대자동차가 최근 급부상하는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1위 탈환에 나선다. 엑센트·크레타 등 현지 전략 차종 외에 팰리세이드·아이오닉5 등 신규 차종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일본차 텃밭’인 베트남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도 현지에서 현대차·기아(000270)의 판매 현황 및 향후 전략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들어 5월까지 베트남 시장에서 총 2만 2903대를 팔아 일본 도요타(2만 1547대)를 제치고 누적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기아도 1만 3951대를 판매하며 순항하고 있다.
현대차는 2017년 베트남 탄콩그룹 베트남 닌빈성에 생산 합작법인 ‘HTMV’을 설립하며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HTMV 출범 2년 만인 2019년 총 판매 대수 7만 9568대(한국 수출 물량 포함)를 기록해 일본의 도요타(7만 9328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8만 1368대와 7만 518대를 팔아 3년 연속 현지 시장 1위를 달성했다. 전통적으로 일본차가 강세였던 베트남 시장에서 이룬 성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해 도요타에 판매 1위 자리를 내줬다.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75% 증가한 8만 1582대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9만 1115대를 판매한 도요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기아는 33.4% 늘어난 6만 729대로 3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5월까지 누적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1위 재탈환이 유력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신차 출시, 경쟁력 있는 제품 라인업을 앞세워 베트남 판매 1위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19일부터 시작한 윤 대통령의 프랑스·베트남 순방 일정에 동행하고 있는 정 회장은 21일(현지 시간) 베트남으로 이동, 현지에서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자동차 업계 차원에서 양국 협력과 베트남 판매 전략 등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먼저 엑센트·크레타·싼타페 등 현지 판매 차종의 판촉 활동에 주력하면서 팰리세이드와 같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도 신규 투입한다. 지난해 베트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현대차 모델은 엑센트(2만 2645대)였으며 크레타(1만 2096대), 그랜드i10(1만 752대), 싼타페(1만 603대) 등이 뒤를 이었다. 현대차는 전기차 아이오닉5도 다음 달부터 현지에서 본격적으로 생산해 전기차 시장도 공략에도 나선다. 이로써 현대차의 현지 생산 모델은 총 12개로 늘어난다.
기아도 쏘넷·카니발·스포티지·K3 등의 판촉과 마케팅을 강화한다. 2004년 베트남 쯔엉하이자동차와 반제품 조립방식(CKD) 사업을 시작한 기아는 주요 차종의 현지 생산과 신차 적기 투입, 마케팅 강화 등을 바탕으로 2018년 2만 8986대, 2019년 3만 103대를 판매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HTMV 2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현지 생산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지 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로 판매 경쟁에서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 이어 동남아 4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판매국으로 경제성장과 맞물려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장이다.
베트남자동차제조협회(VAMA)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베트남에서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총 40만 4635대의 자동차가 팔리며 종전 최고 기록(2019년 32만 1811대)를 넘어섰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맞물려 베트남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2025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5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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