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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車 SK 배터리로 달리는 그날까지"…300조 수주 쌓았다 [biz-플러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2011년 SK이노베이션 대덕 글로벌테크놀로지(현 환경과학기술원) 내 전기차용 배터리 양산 1호 라인에 직접 방진복을 입고 들어가 배터리 셀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모든 자동차가 SK 배터리로 달리는 그날까지 배터리 사업은 계속 달린다. 나도 같이 달리겠다.”

SK그룹 대전 환경과학기술원에는 최태원 회장이 2011년 친필로 쓴 판넬이 걸려 있다. 전기차·배터리가 반도체와 함께 머지않아 한국을 책임질 미래 먹거리가 될 것임을 10여 년 전부터 예견한 셈이다.

최 회장이 배터리 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약속하자 기술 개발이 가속화됐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2012년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을 60%·20%·20%로 배합한 NCM622 배터리를 개발한 데 이어 2014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산에 성공했다.

오랜 업력을 거친 화학 분야 기술력도 배터리 상용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SK는 최 회장이 취임한 1998년 노트북·캠코더용 고용량 리튬이온배터리를 독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지환 KAIST 교수는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의 핵심은 코팅과 조립 기술”이라며 “SK가 20년간 비디오테이프 제조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축적하고 있었기 때문에 배터리 생산도 가능했다”고 진단했다.

최종현 선대회장, 전기차 상상도 못할 때에 “정유 비중 줄여라”


최 회장이 일찍이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에 힘을 실은 것은 부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은 행보였다. 자동차 연료로 기름 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1982년 12월 최 선대회장은 유공(SK이노베이션의 전신)의 부·과장급 간담회를 열고 ‘종합 에너지 회사’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8년 8월 서울 SK 서린사옥에서 열린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20주기 추모 사진전에서 아버지 최 선대회장의 사진 속 손과 자신의 손을 맞대고 있다. 사진 제공=SK


그는 “정유뿐만 아니라 석탄, 가스, 전기, 태양에너지, 원자력, 에너지 축적 배터리 시스템이 포함돼야 한다”면서 “기술 축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지금부터 꾸준히 기술자를 양성하고 기술 집약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석유가 지하자원이므로 그 사업 또한 한계가 있고 더욱이 공해 문제가 뒤따르고 있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방향을 바꿔야 한다”면서 “10년 후에는 정유 사업이 다른 에너지 사업에 비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IRA發 보조금 훈풍에 매출 급성장까지…흑자전환은 서막에 불과


40여 년간 대를 이은 배터리 사업은 이제 실적으로도 무르익었다. 2021년 10월 독립 배터리 법인으로 출범한 SK온은 6분기 연속 적자의 고리를 끊고 올 하반기 또는 이르면 2분기 중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북미 시장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의 수혜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SK온이 AMPC로 올해 연간 4201억 원, 2024년 6429억 원의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이 2019년 서산 배터리 공장을 찾아 배터리 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SK이노베이션




흑자 전환은 본격적인 성장 가도의 시작이다. 대규모 수주가 장기적인 성장세의 발판이 되고 있다. SK온의 누적 수주액은 올해 1월 말 기준 약 290조 원에 달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내년 매출 전망치는 22조 4591억 원으로 지난해(7조 6177억 원)의 3배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년새 자금 20조 확보…우려 잠재워


SK온은 잇따른 투자 유치로 ‘자금 조달 우려’도 지웠다. 현재 88기가와트시(GWh) 수준인 연간 글로벌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30년 500GWh까지 늘려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을 공고히 할 방침이다.

SK온이 국내외에 가동 중이거나 짓고 있는 배터리 생산 공장은 14곳에 달한다. SK온은 북미 지역에서 지난해부터 조지아 공장 2곳(21.5GWh)의 가동을 시작했다. 미국 포드와의 배터리 합작법인(JV)인 블루오벌SK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켄터키와 테네시에 공장 3곳(128GWh)을 짓고 있다. 현대차그룹과도 조지아주에 35GWh급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이 예정됐다. 2025년까지 헝가리 3곳(47.5GWh), 중국 4곳(77GWh)의 공장이 운영된다.



이들 지역의 배터리 생산망이 모두 구축되면 글로벌 생산 능력은 2030년 500GWh까지 확대된다. 전기차 1대에 필요한 배터리 용량(80㎾h)을 감안하면 매년 625만 대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자금 조달 논란도 최근 잇단 투자 유치로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SK온은 지난해 7월 유럽 공적수출신용기관(ECA)으로부터 2조 6000억 원을 조달한 것을 시작으로 1년 새 20조 원 이상의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 SK온은 앞으로도 사업 본격화에 따른 영업 현금 흐름, 합작법인을 통한 파트너사와의 분담, 정책금융, 투자 국가의 인센티브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투자 재원을 확보해나갈 예정이다.

각형 배터리 양산 등 숙제 풀어야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내년부터 기업 체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도 이를 바탕으로 한다. 최 수석부회장은 4월 직원들과 타운홀미팅을 열고 “SK온은 가장 빨리 성장하는 배터리 산업 중에서도 가장 빨리 크고 있는 기업”이라며 “우리도 독립 법인 초기라 여러 어려움이 있으나 이를 잘 극복하면 내년부터는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지난 4월 5일 서울 종로구 SK온 관훈사옥에서 개최된 'SK On, Drive On' 타운홀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SK온


SK온이 풀어야 할 과제로는 각형 등 배터리 폼팩터 다양화와 해외 사업장의 조기 안착 등이 거론된다. 이 교수는 “SK가 삼성이나 LG에 비해 해외 진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해외 공장 운영에 대한 역량을 빨리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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