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기록적인 엔저(低)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미스터 엔’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사진) 전 대장성(현 재무성) 차관이 향후 엔·달러 환율이 160엔 선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저는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와 상반된 일본은행(BOJ)의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에 따른 영향이 큰데 BOJ는 당분간 이를 이어간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사카키바라 전 차관은 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엔화가 현재 수준에서 10% 이상 약세를 보일 수 있다”며 “내년 (엔·달러 환율은) 160엔 수준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해 10월 151.96엔까지 치솟으며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에도 145엔 선을 재차 넘겼다. 그는 “일본 당국이 엔화를 떠받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카키바라 전 차관은 아시아에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대장성 차관을 지내며 일본 외환정책을 총괄한 인물로 당시 시장에 미친 영향력 덕분에 ‘미스터 엔’으로 불렸다. 그는 지난해에도 엔화 가치가 150엔까지 약세를 보일 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사키카바라 전 차관은 “BOJ가 정책을 바꿀 때까지 엔화 가치가 계속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BOJ는 금융 완화 정책을 당분간 이어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는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섣부른 정책 전환으로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달성할 기회를 놓치는 위험이 더 크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치다 부총재는 이어 BOJ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 해제는 곧 0.1%포인트 금리 인상인데 이는 수요를 억제해 물가 상승을 막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라며 “지금의 경제 상황을 볼 때 그렇게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다만 채권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지적돼온 수익률곡선통제(YCC)에 대해서는 “시장의 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수정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 가속화로 BOJ의 정책 수정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관측했다. 우치다 부총재는 “급속하고 일방적인 엔화 약세는 장래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와 연계해 외환시장 동향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