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달러 환율이 약 한 달 만에 140엔 선 밑으로 떨어졌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9엔대로 하락했다. 환율이 130엔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16일 이후 처음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30일 달러당 145엔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5엔 가량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오는 27~28일 일본은행(BOJ)의 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BOJ가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대규모 금융 완화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경계감에 엔화를 매입하고 달러를 매도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BOJ는 현재 10년물 국채금리 변동폭을 0% 기준 ±0.5%로 두고 이 범위를 벗어날 경우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하는 YCC 정책을 쓰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이 정책을 수정하거나 폐지할 수 있다는 예상에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12일(현지 시간) 나오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날 미국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대비)을 발표한다. 시장은 3.1%를 기록하며 전월의 4.0%에서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3.1%를 기록한다면 2021년 3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가 된다. 식품,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전년 대비)도 5.0%를 나타내며 전월의 5.3%에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이 고금리를 유지할 근거를 약하게 만드는 요소로, 달러 가치는 그만큼 하방 압력을 가하게 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엔화 가치가 전환점에 있다는 신호가 커지고 있다"며 "일부 국제 투자자들은 전세계 경기침체가 시작될 때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고금리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안전자산인 엔화의 몸값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블룸버그가 전문가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엔달러 환율 전망치는 올해 9월 말 달러당 138엔, 연말 135엔, 내년 3월 말 132엔, 내년 6월 말 128엔으로 나타났다.
다만 엔화가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JP모건은 지난 7일 올 연말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의 142엔에서 152엔으로 올려(엔화 약세)잡았다. 최근 '미스터 엔'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대장성(현 재무성) 차관도 "내년 환율이 160엔 수준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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