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플렉스(flex, 과시소비)’ 열풍이 위스키에서 브랜디·꼬냑으로 이동하고 있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건 젊은 층이다. 희소성을 소비의 주요 결정 요소로 고려하는 이들이 새로운 제품군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젊은 층이 주도하는 트렌드 변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유행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가 힘들다는 소리도 나온다.
13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브랜디류의 연초 이후 5월까지 수입액은 70만달러(한화 약 9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53만달러(7억원)에 불과했던 수입 금액은 지난해 119만달러(15억원)까지 늘었다. 수입 중량도 101톤에서 155톤으로 증가했다.
팬데믹 기간 ‘홈술’족들이 늘며 위스키 인기가 시작됐다. 한 잔을 마시더라도 나를 위한 소비를 하자는 ‘가심비’ 열풍이 주류 업계에도 적중했기 때문이다. 일부 위스키 품목은 품절 현상까지 보였고, 한정판 위스키 등은 오픈런 현상을 연출하기도 했다. 위스키를 찾던 이들은 이제 브랜디와 꼬냑 등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위스키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취향이 다양해진 결과다. 위스키는 보리, 밀, 옥수수 등의 곡류를 원료로 해 발효 후 증류해 만드는 술이고, 브랜디는 과실주를 증류해 만든다는 차이점이 있다. 브랜디는 와인을 고농도로 증류한 술로 생산 지역에 따라 꼬냑, 아르마냑, 아르메니아 브랜디 등으로 불린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 꼬냑지방에서 나오는 브랜디가 꼬냑이다
신세계(004170)L&B 와인앤모어에 따르면 브랜디 매출 신장률은 2020년 361.7%에 이어 2021년 35.7%, 2022년 3.9% 늘어나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롯데마트 역시 올 들어 지난 달 까지 브랜디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가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헤네시 VSOP, 까뮤 VSOP, 레미마틴 1738, 레미마틴 VSOP 등이 고객들이 많이 찾는 인기 상품”이라며 “브랜디 수요가 늘어나며 지난해 보틀벙커 3점에만 운영하던 까뮤 VSOP를 최근 마트 93개점까지 입점을 늘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주류 트렌드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싫증을 금새 내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 있는 주류가 바뀜에 따라 이를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을 짜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소비력을 갖고 있는 젊은 층이 트렌드를 빨리 받아들이는 반면, 변화 속도도 빠르다”며 “제품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는 다양한 니즈를 맞추는 게 중요하지만,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마케팅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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