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과 미국·일본 간 안보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16일 해군에 따르면 우리의 율곡이이함과 미국의 존핀함, 일본의 마야함 등 한미일 3국의 이지스 구축함이 참가한 미사일 방어 훈련을 동해 공해상에서 실시했다. 한미일이 해상 미사일 방어 훈련을 실시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번까지 네 번째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4월에 우리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과 율곡이이함 등이 참여한 가운데 독도 인근 공해상에서 실시됐다.
한미일이 석 달 만에 미사일 방어 훈련을 재개한 것은 북한이 5월 31일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데 이어 이달 12일에는 고체연료를 사용한 ICBM 화성-18형을 쏘아 올리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인 데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상황을 상정해 가상의 탄도미사일 표적에 3국 함정이 대응하는 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김기영 율곡이이함장(해군 대령)은 “이번 훈련은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대응 능력을 증진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을 제고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우리 군의 강력한 대응 체계와 3자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미사일 방어 훈련은 잇따른 ICBM 발사 등 북한의 위협 수준이 높아지면서 한미일 간 공조를 통해 속도감 있게 대응하기 위한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11일(현지 시간) 하와이에서 김승겸 합참의장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요시히데 요시다 일본 통합막료장 등 한미일 합참의장회의(Tri-CHOD)가 열리는 도중 ICBM을 발사했다. 당일 3국 합참의장들은 북한의 도발에 속도감 있게 공조하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관련 공조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면서 한미일 미사일 방어 훈련과 B-52H 전개 등을 협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이 ‘화성-18형’을 발사한 지 하루 만에 미국의 전략자산인 B-52H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돼 한국 공군과 연합훈련을 펼치기도 했다.
3국 외교 당국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지 이틀 만인 14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나 북한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18일에는 서울에서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가 열린다. 조만간 미국에서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도 개최돼 안보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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