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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불황 터널의 끝 머지 않았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에서 대외여건의 악화로 수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상황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가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금리 인상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도 하다. 4일 발표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정부는 고금리 영향에 따른 미국 성장세 둔화 및 중국경제 회복 지연 가능성 등 불확실성 상존을 언급하면서 올해 1.4% 성장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희망적인 신호도 잡히고 있다. 반도체 경기 부진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지난해 3월 이후 적자를 기록해 온 무역수지는 지난달 1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하반기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도 주로 가격 요인에 의해 수출 성과가 저조했기 때문에 가격이 회복되면 총 수출액은 회복될 것이다. 정보기술(IT)분야를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세계 경제는 어떨까. 코로나19가 물러나는 국면에서 1980년대 이후 가장 심한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미국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이후 16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10번에 걸쳐 5%포인트 인상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비록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앞으로 인상이 재개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5월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은 3.8%, 6월 실업률은 3.7%로 여전히 인상 요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근원 물가지수가 일반보다 더 높아 수요측 인플레 요인을 잡아야 할 필요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6월 말 발표된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는 무려 2.0%에 이른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미국 경기는 여러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좋은 편이다. 추가적인 금리인상으로 인한 단기적 변동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유럽의 경우 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에너지와 내수 분야에서 예상한 것보다는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여전히 1%를 넘지 못하고 있지만 당초 기대보다는 더 성장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믿어도 좋다.

비록 체감과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통계에 나타난 고용과 인플레이션을 놓고 보면 우리 경제 상황도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5월 고용률은 63.5%로 역대 최고치를, 실업률은 2.7%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7%로 빠르게 떨어지기는 했지만 기저효과가 작용한 바가 크고 근원물가 상승률은 3.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나빠진 체감 경기는 인플레이션과 함께 재정 여력의 제약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정 건전화 기조에 맞춰 일반적인 경기부양 성격의 정부지출을 자제하고 있는데 사회안전망에 구멍이 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와 처방은 필요하다.

지난달 28일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건전재정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되 국가의 본질적 기능, 미래 대비, 약자복지에는 집중 투자하자'는 방안이 논의됐다. 대외부문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와 국제협력은 중요하다. 하반기 만기가 집중될 민간 부채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터널의 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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