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스스로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는 ‘로봇 기장’을 공개했다. 로봇은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로 항공기 조종법과 항공 지식을 학습한 덕에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보다 능동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심현철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김재철 AI대학원 교수, 윤국진 기계공학부 교수, 김민준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지난해부터 개발하고 있는 인간형 항공기 조종용 로봇 ‘파이봇’을 19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2026년 개발을 목표로 군용과 민간 분야에서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파이봇은 조작 매뉴얼, 비상 대처 절차 등 인간의 언어로 작성된 항공 차트를 챗GPT를 활용해 학습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파이봇은 실시간으로 안전한 경로를 계산하고 인간 조종사보다 빠르게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아울러 고정된 위치에서 반복적인 작업만 가능했던 기존 로봇과 달리 파이봇은 카메라를 통해 항공기 내외부 상황을 파악하고 조종간의 스위치들을 정확하게 조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정밀 강인 제어 기술’로 진동이 심한 항공기 내부에서 정확한 조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항공기의 오토파일럿(자동비행장치)이나 무인 항공기와는 기능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파이봇은 조종석에 착석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으로 만들어진 만큼 유인 항공기를 별도로 개조하지 않고도 유동적인 유·무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췄다. 파이봇은 비행 조종 시뮬레이터를 통해 항공기의 시동·택싱·이착륙·순항·주기 등 모든 조작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향후 파이봇이 실제 경비행기를 직접 조종하도록 해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
심 교수는 “인간형 조종사 로봇은 기존의 항공기들을 전혀 개조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자동 비행이 가능해 실용성 및 활용성이 매우 높다”며 “항공기뿐 아니라 자동차·장갑차 등 다양한 장치의 조작도 가능해 병력 자원 고갈이 심각한 현 상황에 매우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