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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부고기사에 담아낸 삶과 죽음의 이야기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인플루엔설 펴냄, 제임스.R.해거티 지음





위대한 스승이 세상을 떠나면 수많은 부고 기사가 쏟아진다. 부고 기사의 내용은 그가 어떤 학교를 졸업했는지, 어떤 직책을 맡았는지, 어떤 학문 이론을 정립하고 무엇을 가르쳤는지 등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나열하는 데 그친다. ‘망자는 평소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어떤 취미를 가졌을까’ 등 ‘출신학교’ 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한 보이는 망자의 인생담은 부고 기사에 잘 담기지 않는다. 이러한 정보를 기사에 담기 위해서는 긴 시간을 들인 추가 취재가 필요하다.

미국 언론사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부고만 쓰는 제임스 R.해거티 매일 1~2시간을 들여 전세계의 뉴스에서 사망 소식을 찾는 부고 전문기자다. 그의 기사 속 주인공 중 상당수는 유명인이 아니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볼 법한 필부필부의 죽음도 그에게는 중요한 기사 거리다. 그의 저서 ‘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는 그렇게 7년간 덤덤하게 기록한 800여 명의 부고를 담은 책이다. 사실 이 책의 원제는 유어스 트룰리(Yours, Truly), ‘그럼 이만, 안녕히 계세요’다. 책 속 주인공들이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인사인 셈이다.



망자들은 산 자들에게 자신의 일생 중 어떤 것을 알리고 싶을까. 생계를 유지하는 법, 사랑에 빠지는 법, 기쁨을 나누는 법, 성공하는 법과 실패를 피하는 법 등 자신의 삶에서 유용 했던 ‘알아두면 쓸모있는’ 정보를 남기고 싶지 않을까. 저자는 마치 망자들과 대화를 나누듯 그의 일생을 글에 한 자, 한 자 담아낸다. 저자의 부고가 세상의 다른 모든 부고와 다른 이유다.

사실 죽은 이의 생을 글로 써 세상에 공개하는 일은 쉽지 않다. 슬프지만 유머를 잃지 않아야 하고, 감동도 있어야 한다. 이런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타기는 철저한 취재와 자신 만의 철학이 있을 때 가능하다. 저자는 문학에 가까운 부고 기사를 쓰고 있지만 저널리스트로서 지켜야 할 엄격함을 잃지 않았다. 이를테면 ‘제 아무리 가족이 한 이야기라도 팩트 체크는 필수’라든가 ‘망자의 이력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기’ 등이 그가 정한 규칙이다. 또 화려한 경력 보다는 망자의 삶의 이야기를 쓰는 데 더 집중했다.

저자가 영업기밀에 가까운 ‘부고를 쓸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책으로 정리한 이유는 따로 있다. 독자들이 쓸 수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가 내 부고를 쓸 것인가, 결국 가족이나 가장 가까운 이들이 쓰거나 혹은 그들이 전달한 내용을 기자가 쓸 것이다. 죽은 내가 봤을 때 ‘내 부고를 저들이 망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누구도 나보다 내 부고를 잘 쓸 수는 없다. 한 번 펜을 들어보자. 그리고 세상에 ‘안녕히 계세요’라는 인사를 건네는 연습을 해 보자.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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