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대형 카드사들의 부실채권 상각 규모가 급증했다. 카드사들이 손실을 보면서까지 부실채권을 서둘러 정리하자 연체율 상승세는 주춤해졌다. 카드사들은 채권 발행 등 빚을 내 대출을 해주는 만큼 정상적으로 대출금을 회수하게 못하게 될 경우 카드사의 실적에 지속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6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삼성·신한·KB국민카드 등 국내 3대 카드사의 올 상반기 기준 부실채권 상각액은 1조 768억 원을 기록해 1조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2021년 상반기와 지난해 상반기 각각 7785억 원, 8337억 원을 상각한 것에 비해 38.3%, 29.2% 증가한 규모다. 카드 3사는 올해 1분기 4689억 원을 상각한 데 이어 2분기에만 6079억 원의 부실채권을 상각 처리했다.
금융사들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에 대해 정상적인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자산유동화회사나 신용정보회사에 헐값에 ‘매각’하거나 한 푼도 건지지 못하더라도 아예 장부상 대출 자산에서 지워버리는 ‘상각’ 처리를 한다. 이 때문에 채권을 상각하면 금융사의 연체율은 낮아진다. 실제로 올해 2분기 이 카드 3사의 평균 연체율은 1분기와 동일한 1.23%를 나타내며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상각 규모를 확대한 덕분이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예·적금 등 수신 기능이 없어 대부분 카드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고객에게 대출을 해준다. 빚을 내 대출 재원을 마련하는 셈인데 대출을 해준 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손실 처리를 하게 되면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빚과 그에 따른 이자는 오롯이 카드사가 다른 곳에서 벌어 충당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에다 고금리로 카드사 대출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현 상황이 카드사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3개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8004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7.8% 급감했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채권 발행 금리가 높아져 자금 조달 비용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채권 회수도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업계에서도 당분간 업황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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