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투입된 정부 예산을 두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잼버리 개최지에 화장실·샤워실 등 기초 시설 설치를 목적으로 올해만 51억 원 규모의 국고보조금이 투입됐지만 정작 개영 초기부터 위생 시설 관리 부실에 대한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영국 등 일부 참가국은 태풍 ‘카눈’ 북상으로 모든 대원의 조기 철수가 결정되기 전 이미 야영장을 떠나기도 했다.
문제의 핵심은 예산 집행의 적절성이다. 여성가족부는 올 상반기 전라북도에 잼버리 개최지 내 화장실·샤워장·급수대를 포함한 야영장 시설 조성 등을 위해 51억 원 남짓의 보조금을 교부했다.
하지만 잼버리 개영 직후부터 화장실 위생 문제가 불거졌다. 한 참가자가 찍은 영상에서 샤워장 바닥에 진흙이 있고 내부 선반이 무너져 있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영국스카우트연맹 측은 “화장실은 안전하지 않았고 쓰레기도 쌓여 있었다”며 “(잼버리가)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잼버리조직위원회는 7일 총사업비 내역을 공개했지만 부실 의혹에 기름만 부었다. 새만금 잼버리 사업에 1171억 원이 투입됐지만 행사에 필수적인 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비용이 차지한 비중은 크지 않아서다. 실제 화장실·샤워장 등 야영장 조성에 쓰인 비용(119억 원)은 전체 예산의 약 10%에 그쳤다. 반면 조직위 인건비·운영비·사업비로는 740억 원이 쓰였다. 야영장 침수를 막기 위한 쇄석 포장에는 11억 원이 투입됐지만 개영 초기부터 침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여가부·전북도 등에서 잼버리 준비를 명목으로 수십 건의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것도 공분을 샀다. 실제 부안군은 잼버리 홍보를 이유로 2019년 중국과 대만으로 크루즈 여행 일정이 담긴 출장을 떠났다. 부안군 공무원들은 같은 해 잼버리 사전 조사 차원에서 영국을 찾아 손흥민 선수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직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이들이 방문한 영국 런던에서 잼버리가 열린 시점은 103년 전인 1920년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안일한 대응도 이번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안군의 경우 잼버리 개최에 대비해 코로나19 대응 인력으로 9명을 배치했다. 잼버리 참가자가 약 4만 3000명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대응이 미흡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결국 잼버리 개영 약 일주일 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훌쩍 넘어서는 등 부실한 방역도 논란에 부채질을 했다.
전문가들은 보조금은 물론 잼버리에 투입된 국가 예산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서) 잼버리 예산이 적절하게 집행됐는지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일회성 행사에 투입되는 예산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한 협조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낭비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잼버리) 예산 편성과 집행 중 어느 부분에서 실패가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부실 대응의 최종 책임이 어느 부처에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잼버리 폐영 이후 긴급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감사원, 기획재정부 등이 지자체와 잼버리 조직위의 보조금 집행 내역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올 상반기에만 3400건이 넘는 보조금 부정·비리 의심 사례를 적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일단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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