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저하고(上低下高)’를 목표로 하반기 반등에 안간힘을 쓰는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커녕 디플레이션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사상 초유의 2년 연속 1%대 저성장에 머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3·4면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JP모건·씨티 등 8개 글로벌 IB들이 지난달 말 기준 보고서에서 밝힌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로 집계됐다. 기존 전망치(2.0%)보다 0.1%포인트 내려 잡은 수치다. 또 기획재정부(2.4%)나 한국은행(2.3%)의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글로벌 IB들은 한국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인 2%에 못 미치는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이들의 전망대로 내년 우리 경제가 2년 연속 1%대 성장에 그칠 경우 1954년 관련 통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글로벌 IB를 중심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데다 반도체 수출 부진까지 장기화하는 등 대내외 악재가 쉽사리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처한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영향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홍콩 증시에서 비구이위안 주가는 장중 한때 17.3%나 급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2% 넘게 빠졌고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도 동반 하락했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엔화 가치도 한국 경제에는 또 다른 부담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경제의 하강이 뚜렷한 가운데 반도체 수출 회복 또한 더딘 만큼 정부 기대와 달리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어려운 경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 한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 기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