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가 영향력을 크게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이스라엘 투자 생태계가 결집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계 커뮤니티도 이스라엘 커뮤니티처럼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관계자)
17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 포시즌스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1회 코리아 콘퍼런스. 영화 ‘스타워즈’의 아이콘인 스톰트루퍼 코스튬을 착용한 이들의 호위를 받으며 이정환 마인드AI 창업자가 무대에 올랐다. 미국 내 한국계 투자 업계 관계자 200여 명은 8팀에 달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발표를 경청했다. 오후에 공식 행사가 끝나자 테이블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저마다 별도로 투자 미팅을 진행하면서 사업 모델에 대해 열띤 질문을 던졌다.
‘미국 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이 된 이스라엘을 보라.’ 이들을 한데 뭉치게 한 생각이었다. 코리아 콘퍼런스 출범을 주도한 제니 주 보어스클럽 투자총괄 겸 코리아 콘퍼런스 회장은 “미국 내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초청해 기술을 선보이고 투자 유치를 도모하는 ‘이스라엘 콘퍼런스’가 매년 열린다”며 “이스라엘의 원천 기술이 미국에 스며들고 이에 따른 이익이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는 선순환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계 커뮤니티도 시작할 때가 왔다”며 출범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스라엘 콘퍼런스는 이스라엘 연쇄 창업자 요시 바르디가 주도해 이스라엘과 세계 시장을 잇는 기업들을 발굴하며 전체 생태계에 기여하자는 차원에서 2009년 설립됐다. 독보적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2017년 인텔에 153억 달러(약 20조 원)에 인수된 모빌아이처럼 제2의 성공 사례들을 만들자는 시도다. 15년째 콘퍼런스를 열면서 투자 기업도 늘어났다. 구글 맵의 대항마로 불리던 내비게이션 앱웨이즈는 2013년 구글에 13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에 인수되는 성과를 거뒀다.
코리아 콘퍼런스도 올해부터 스타트업 피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투자 지원 관련 협약서(MOU) 체결 등에 나설 방침이다. 글로벌 스케일의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한국계뿐 아니라 여러 미국 현지 투자 업계에서도 대거 자문단을 확보했다. 자문위원으로는 첼시 구단주 겸 사모펀드 클리어레이크캐피털 공동창업자인 호세 펠리시아노, 메디치 가문의 패밀리 오피스 수장인 로렌조 메디치 왕자 등을 확보했다.
피칭에 나선 생성형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바이오테크 등 스타트업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정환 창업자는 “챗GPT 등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챗봇 서비스는 부정확한 정보도 포함하기 때문에 필터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인간의 추론 방식을 본떠 팩트체크가 가능한 생성형 AI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60개에 달하는 특허를 출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혁신당국(IIA)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신규 스타트업 중 80%는 미국에 법인을 설립한다. 코리아 콘퍼런스에서도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사업 모델과 인력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춘 스타트업이 눈에 띄었다. 초급속 충전 인프라 솔루션 업체인 대영채비는 2월에 아시아 기업 중 처음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기자동차인프라프로젝트(CALeVIP)’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달 중에는 미시간주 워터포드시에서 북미 진출 행사를 열 계획이다. 극장 운영 자동화 솔루션 업체인 RNR의 석민철 창업자는 “디즈니·블룸버리TV 등 할리우드의 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인력을 확보했다”며 “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 등을 거쳐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희소·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사 시프트바이오, 금연보조제를 개발하는 비타본바이오, 대체불가토큰(NFT) 라이선스 사업 운영사인 아트인모션 등 8곳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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