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팬덤 사이에서 ‘팝업 스토어’가 열풍이다. 최근 컴백하는 아이돌 그룹 대다수가 팝업 스토어를 열고 팬들을 만났다. 팬들 사이에서는 아티스트의 정체성이 묻어나는 굿즈(MD)를 사고, 포토존에서 '팬'으로서의 추억을 남기고, 컬래버 음료를 즐기는 등 체험형 팬덤 이벤트가 인기다. 팬들이 팝업 스토어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진스부터 엑소까지...컴백과 찾아온 팝업 스토어 = 지난달과 이번달 , 약 두 달 간 많은 아이돌, 아티스트가 컴백했다. 엑소, 엔시티 드림, 트레저, 크래비티, 다크비, 뉴진스, 밴드 루시와 새소년, 가수 빈지노와 페노메코, 이찬원 등이다. 이들 모두가 컴백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팝업 스토어는 주로 10~20대의 ‘핫 플레이스’나, 유동 인구가 많은 백화점, 복합 등에 마련된다. 엑소는 지난달 서울 성수동 디뮤지엄에서 팝업 스토어 ‘엑소셜 클럽 - 크림 소다(EXOcial Club - Cream Soda)’를 열고 3일 간 팬을 만났다. 다크비는 지난달 2일부터 서울 더현대서울 에버라인 프로모션점에서 미니 6집과 동명의 팝업 스토어 ‘아이 니드 러브(I Need Love)’를 닷새 간 열었다. 트레저의 정규 2집 ‘리부트(REBOOT)’ 발매 기념 팝업 스토어 ‘트레저 세컨드 풀 앨범 ’리부트' 팝-업 스토어(TREASURE 2ND FULL ALBUM 'REBOOT' POP-UP STORE)'는 지난 1일부터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서 일주일 간 열렸다.
팝업 스토어에서는 주로 아이돌과 관련된 상품을 판매한다. 앨범의 콘셉트를 반영한 공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트레저의 팝업 스토어에서는 포토카드, 키링, 티셔츠 등 70여 종에 이르는 굿즈가 진열됐다. 엔시티 드림은 정규 3집 ‘아이에스티제이(ISTJ)’ 기념 팝업 스토어 ‘엔시티 드림 아지트 : 렛츠 겟 다운(NCT DREAM Agit: Let’s get down)’서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를 재해석한 전시 공간과 앨범 콘셉트로 꾸며진 포토존을 준비했다.
팬들이 팝업 스토어에 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새로운 굿즈는 대부분 팝업 스토어에서 최초로 구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팬들은 ‘오픈런’을 불사하기도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이다. 앨범 콘셉트에 맞춰 꾸며진 포토존, 세트장, 전시 코너에 있노라면 마치 뮤직비디오나 앨범의 세계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멤버들이 직접 착용한 의상이나 액세서리도 직접 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과 심리적, 공간적으로 가까워진 느낌은 팬에게 큰 재미를 안긴다.
최근 팝업 스토어에 방문한 엔시티 드림의 팬 A 씨는 서울경제스타에 “예쁜 포토 카드가 있어서 사러 갔다. 팝업 스토어에는 온라인에서는 팔지 않는 단독 굿즈가 많다. 미공개, 한정판 굿즈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줄을 서서라도 올 이유가 있다. 게다가 팝업 스토어에서는 ‘럭키 드로우’(구매 영수증으로 사은품 추첨에 응모할 수 있는 이벤트)도 많이 해서, 이 재미로 온다”며 “아티스트의 콘셉트가 잘 구현된 공간에서 사진도 찍고 하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고 밝혔다.
◇뉴진스, 르세라핌 팝업 스토어 호평… 승부수는 퀄리티 = 컴백 프로모션으로 팝업 스토어를 정착시킨 주요 그룹은 르세라핌과 뉴진스다. 이들 그룹은 이른바 ‘일코’(일반인 코스프레, '덕후'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하는 행동)할 수 있는 굿즈를 수준급으로 만들어 냈다는 호평을 받는다. 이들 굿즈는 아티스트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는 정석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룹의 정체성은 살리며 실생활에서 멋내기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퀄리티 좋은 굿즈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르세라핌은 지난 4월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쎈느(Scene)에서 첫 단독 팝업 스토어 ‘르세라핌 2023 S/S 팝업’을 열었다. 이때 선보인 굿즈는 ‘명품보다 더 힙하다’는 평을 받았다. 르세라핌 특유의 시크한 블랙 앤 화이트 디자인에 실용성을 덤으로 갖췄다. 특히 악세서리가 가장 인기를 끌었다. 반지는 당시 온라인에서 정가의 2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되팔이 시세가 형성될 정도로 수요가 높았다.
뉴진스는 ‘캐릭터’를 영리하게 활용했다. 뉴진스는 미니 2집 ‘겟 업(Get Up)’ 발매 프로모션으로 IPX(구 라인프렌즈)와 손을 잡고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지난 11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라인프렌즈 스토어 강남점과 홍대점에서 열리는 이 팝업 스토어의 트레이드 마크는 그룹의 새로운 토끼 캐릭터 ‘버니니(bunini)’다. 버니니는 뉴진스의 ‘토끼(TOKKI)’와 IPX의 인기 캐릭터인 ‘미니니(minini)’가 만나 탄생한 캐릭터다. 아울러 팝업 스토어에서는 ‘겟 업’을 통해 협업한 워너 브라더스의 세계적 인기 캐릭터 ‘파워 퍼프걸’의 컬래버 굿즈도 만나볼 수 있다.
이들 팝업 스토어는 매일매일 ‘오픈런’과 긴 대기 행렬을 이뤘다. 지난 2일 라인스토어에서 진행한 뉴진스의 팝업 스토어 온라인 사전 주문에서는 ‘버니니’ 제품이 약 20분 만에 완판됐다. 뉴진스는 해당 팝업 스토어를 미국, 일본, 동남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소속사는 두 마리 토끼, 팬덤은 양질의 체험 = 팝업 스토어는 소속사와 팬덤 양측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프로모션이다. 소속사는 홍보와 수익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팬덤은 음악을 듣고 무대를 보는 것 이상의 체험을 통해 아티스트와의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최근 팝업 스토어를 연 모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 관계자는 "신보 콘셉트에 맞게 포토존 등 공간을 꾸며놓고, 포토 카드를 직접 뽑을 수 있는 기계 등 팬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서 새 앨범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와 이해도도 높아진다"며 “팬들이 팝업 스토어에서 촬영한 영상인 사진을 SNS에 공유도 해주니 홍보 효과도 좋다"고 언급했다.
한유희 경희대 K-컬처 스토리콘텐츠 연구원은 “최근 팝업 스토어는 특색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아이돌의 앨범 이미지를 공간으로 확장하여 표현하기에 직접적으로 앨범을 보고, 듣고, 느끼는 방식으로 아이돌의 앨범을 접하는 것”이라며 “아이돌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은 팬덤 문화에 ‘참여’했다는 느낌을 지니기 되기에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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