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당초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면서 국내 시장의 단기 충격도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충격만 피했을 뿐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가능성은 여전해 한국은행이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27일 국제금융센터는 24일(현지 시간)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과 관련해 “내용은 의도적인 모호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며 추가 금리 인상의 여지를 재확인해 금리 인하 기대는 소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80%로 높지만 11월 FOMC 때는 인상 확률이 46.7%로 동결(44.5%)을 소폭 앞선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기준금리를 연 3.50%로 5연속 묶으면서 연준 정책금리(5.25~5.50%)와의 역전 폭을 사상 최대인 2%포인트로 유지했다. 아직은 안정적인 외화 유동성 흐름에 환율 급등이나 자금 이탈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연준이 한 번 더 금리를 올려 격차가 2.25%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금통위는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남겨둔 상태다.
한국은 미국 경제가 나빠져도 힘들지만 반대로 예상보다 탄탄해 높은 금리가 오래가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은 이달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하되 미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면서 정보기술(IT) 경기가 조기 반등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성장률이 1.5%로 0.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여기서 연준이 높은 금리 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나타나는 금융 경로 분석은 빠졌다. 한은은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서 얻는 긍정적 효과보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물가와 금융이 모두 안정됐는데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나빠지면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커지더라도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한은은 쉽게 금리를 내릴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한다. 이창용 총재도 24일 간담회에서 “우리가 금리를 낮추고 싶어도 미국이 높은 금리를 유지한다면 상충 관계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부연구위원은 “과소 긴축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발 위험과 과잉 긴축에 따른 경기 악화 우려가 병존해 물가·경기의 통화정책 민감도가 크게 높아진 상황인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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