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매출 1조 원 규모 시스템 반도체 회사인 누보톤이 한국 매출을 4년 내 2배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의 대표 제조 산업인 자동차·가전제품용 반도체 공급량을 늘리면서 국내 반도체 설계 회사들과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28일 서울 삼성동 누보톤코리아 사옥에서 만난 양신렁 사장은 회사의 한국 사업 비전에 대해 묻자 이같이 밝혔다. 양 사장은 한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국내 시장에서 누보톤의 입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양 사장은 “글로벌 누보톤 매출 성장 예상치보다 한국의 성장 목표치를 더욱 높게 잡았다”고 강조했다.
누보톤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이라는 반도체 칩을 주력으로 설계한다. MCU는 가전 기기나 자동차 각 영역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2008년 설립된 누보톤은 세계 MCU 시장에서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배터리 급속 충전을 위해 필요한 전류증폭용반도체(TMOS) 칩은 50% 이상의 압도적인 글로벌 점유율을 보유했다. 2020년에는 일본 파나소닉 반도체 사업부를 2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제품군을 확장했다. 특히 파나소닉 반도체 사업부 인수 이후 매출 규모는 400억 대만달러(약 1조 원) 이상으로 덩치가 커졌다.
이런 누보톤이 한국 시장 진입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은 MCU를 활용하는 시장이 상당히 크고 제품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세계 최고의 가전·산업용 사물인터넷(IoT) 기업과 현대자동차·기아 등 글로벌 완성차 회사와 제조 시설이 한국에 모여 있다. 양 사장은 특히 한국에서 늘어나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잠재력이 상당히 크다”며 “차량용 MCU를 포함해 배터리관리칩(BMIC) 등 누보톤이 공급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도 누보톤의 경쟁사는 상당히 많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부터 국내 중소·중견까지 한국 팹리스 업체가 공략하고 있는 시장에서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양 사장은 누보톤이 자체 구축한 플랫폼과 다양한 제품군으로 고객들이 제시한 조건에 누구보다 유연하게 대처해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한국 시장에 대한 그의 관심과 애정은 남다르다. 한국 출장 기간 동안 국내 잠재 고객들에 누보톤의 칩을 소개하기 위해 서울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 제품 로드쇼에 직접 참가했다. 사세 확장을 위해 누보톤코리아 영업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20년 한국 지사를 설립한 누보톤은 지난해 사옥 규모와 직원 수를 확장하면서 고객사를 밀착 지원하고 있다. 양 사장은 한국 지사 확대 계획에 대한 질문에 “내년 방침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규모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향은 분명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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