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이 수소 사업 역량을 한곳에 모은다. 현대모비스(012330)의 수소연료전지 생산관리 부문을 현대자동차로 넘겨 수소모빌리티 생산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해 효율성을 도모하려는 전략이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현대차 산하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연료로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생성하는 장치로 수소 모빌리티의 심장 역할을 한다. 그동안 현대모비스는 충주공장에서 만든 수소연료전지를 수소차 넥쏘와 수소트럭 엑시언트, 수소버스 일렉시티를 생산하는 울산 및 전주공장에 공급해왔다.
현대차는 2018년 처음 공개한 넥쏘를 앞세워 수소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수소차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는 중에도 연구를 이어가며 신차를 선보인 점이 시장 선점에 주효했다. 다만 일본 도요타와 중국 등 글로벌 업계가 수소차 개발에 다시 뛰어들며 빠른 속도로 현대차를 추격하고 있다.
BMW그룹이 대표적이다. BMW는 브랜드 최초의 수소차 시제품인 ‘iX5 하이드로젠’을 한국에서 공개하며 양산형 수소차 개발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BMW는 1회 충전 시 504㎞를 주행할 수 있는 수소차를 2020년대 후반부터 본격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 업계의 공세도 매섭다. 상하이자동차(SAIC)는 산하 브랜드 맥서스를 통해 수소차 유니크7을 선보였다. 중국 정부의 수소차 육성 정책이 본격 가동하면 언제든 시장점유율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혼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R-V 기반의 수소차를 생산할 예정이며 폭스바겐은 2026년 수소차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는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의 38%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지만 경쟁 업계의 추격으로 2위 도요타와의 점유율 격차가 10%포인트까지 좁아졌다. 이번 사업부 이관 작업에는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 생산 기능까지 도맡으며 수소모빌리티 시장의 경쟁력을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소모빌리티의 핵심 부품인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현대차가 직접 관장하면 차세대 제품군의 연구개발(R&D)과 생산 작업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는 2025년 출시를 목표로 신형 넥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승용뿐 아니라 상용차 사업에서도 앞선 경쟁력을 확보했다. 5월에는 한 번 충전으로 72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트랙터의 양산형 모델을 미국 시장에 선보였고 국내에는 주행거리가 최대 635㎞에 달하는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도 출시했다. 현대차는 이 버스를 서울시에 2026년까지 1300대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수소 사업부를 현대차에 넘기는 대신 전동화 부품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수소모빌리티 생산의 ‘교통정리’가 끝나며 현대차그룹의 수소생태계 구축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단순히 수소차를 생산하는 단계를 넘어 수소 생산부터 유통, 전력 생산 등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는 최근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수소생태계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의 여러 주체들이 협업하는 ‘수소사업 툴박스’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수소 사업 툴박스는 수소 생산부터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그린스틸 등 친환경 부품 적용, 수소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물류 시스템 도입, 수소전기차 판매 등을 아우르는 생애 주기 전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수소 사업 모델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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