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IPO 연기·매장 줄폐업…베트남 VC 투자 '삐걱' [시그널]

쿠팡 꿈꾸던 티키, 상장 무기한 연기

신한·미래에셋 등 약 2000억 발 묶여

'백신 실패' 나노젠은 법적 소송 움직임

경기 둔화·현지 상황 이해부족 등 원인

베트남 전자상거래 업체 티키 직원이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가 투자한 베트남 벤처기업들이 경기둔화와 무리한 영업 확대에 따른 역풍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수천 억 원 대의 국내 투자 자금이 한동안 현지에 묶이거나 최악의 경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때 ‘베트남의 쿠팡’으로 불렸던 전자상거래 업체 티키(Tiki)가 증시 상장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최근 국내 투자가들에 통보했다.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자 계획을 갑자기 번복한 것이다. 티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7% 감소했고 영업 손실 규모는 40% 가까이 증가했다. 티키는 지난해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올해까지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합병을 통해 미국 나스닥에 입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티키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며 잭팟을 노린 국내 투자가들은 긴장하고 있다. 가장 많이 투자한 곳은 9000만 달러(약 1192억 원)를 댄 신한금융그룹이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가 각각 6750만 달러와 2250만 달러를 넣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을 포함한 미래에셋그룹이 3000만 달러, 스틱인베스트먼트(026890)가 2000만 달러,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1800만 달러를 투자했다.





SK(034730)그룹이 지난해 1억 달러를 투자한 베트남 약국 체인 기업 ‘파마시티(Pharmacity)’도 성장세가 꺾였다. 파마시티의 점포 수는 지난해 5월 기준 1100개에서 지난달 말 약 900개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후발 주자였던 ‘롱쩌우’가 약진하면서 점포 수 기준 1위 자리를 내줬다.

베트남 바이오시밀러 기업 나노젠에 투자한 국내 투자가들도 애를 먹고 있다. 이들은 나노젠과 대주주를 대상으로 조기상환 청구권(풋 옵션)을 행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근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나노젠 투자금은 총 5300만 달러로 HLB(028300)그룹과 스틱인베스트먼트, 키움증권 등이 투자가다. 나노젠은 회사 차원에서 사활을 걸었던 코로나19 백신 ‘나노코박스’ 개발마저 답보 상태여서 경영 상태가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앞서 브리즈인베스트와 소프트뱅크벤처스가 1000만 달러를 투자했던 베트남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프롭지’도 경영난에 영업을 중단했다.

IB 업계는 베트남 투자가 삐걱대는 이유로 △경기 둔화 △관련 업종 경쟁 심화 및 과도한 영업 확대 △현지 상황 이해 부족 등을 제시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6월 말 올해 베트남의 성장률 전망치를 5.8%에서 4.7%로 하향 조정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 경기 둔화와 함께 약국 체인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파마시티의 여러 점포가 순식간에 문을 닫게 됐다”며 “파마시티가 최근 무분별하게 점포를 늘린 점도 개별 지점의 수익 구조를 취약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가들이 현지 업체의 성장성을 잘못 판단한 점도 상황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분석됐다. 시장조사업체 모멘텀웍스에 따르면 티키의 거래액 기준 올해 베트남 시장 점유율은 약 6%로 한때 3대 현지 전자상거래 업체로 어깨를 나란히 했던 쇼피(63%)나 라자다(23%)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베트남 기업 투자를 국내와 비슷하게 여긴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한 국내 투자사의 해외 담당자는 “그동안 국내 투자가들은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시장 규모와 창업자의 역량, 경제 구조 등을 고려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국내에서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과 유사한 사업을 베트남에서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