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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유리기판에 1조 투자"…2030년 양산땐 패키징 지각변동

10년 전부터 라인 만들고 연구

7년 내 파운드리에도 적용 계획

기존 PCB 대비 왜곡 50% 감소

기술 구현땐 다양한 칩 결합 가능

깨질 위험 커 공정 자동화가 관건

인텔 직원이 유리 기판으로 만든 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인텔




인텔이 차세대 ‘유리 기판’ 시장 선점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자사 인공지능(AI) 칩 제작 외에도 파운드리(칩 위탁 생산) 공정에도 유리 기판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하며 삼성전자(005930)·TSMC 등 라이벌 회사 견제에 들어간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유리 기판 상용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SKC(011790) 등이 시장 잠재력을 믿고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18일 인텔은 2030년 내 업계 최초로 유리 기판을 적용한 칩을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향후 7년 내 이 기판을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이미 10년 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 지역에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 규모의 유리 기판 연구개발(R&D) 라인을 갖췄으며 관련 발명은 600건이 넘는다고 소개했다.

유리 기판은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인쇄회로기판(PCB)과 다른 차원의 제품이다. 기판은 반도체 칩이 PC 등 정보기술(IT) 기기 안에서 마더 보드와 호환할 수 있도록 칩 아래에 덧대는 평평한 부품이다.



기존 PCB는 플라스틱 형태였다. 유리 섬유와 에폭시를 섞은 코어(중심)층 위에 구리 회로와 절연막을 겹겹이 쌓아서 만들었다. 최근 AI 수요 폭증으로 주목받고 있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칩(GPU)도 고급 PCB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라는 플라스틱 기판 위에 얹힌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서로 다른 반도체 칩을 하나로 이어 붙이는 2.5D·3D 패키징이 주목받으면서 새로운 형태의 기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회로 두께가 얇아지고 복잡해지면서 표면이 거친 플라스틱 기판으로는 다양한 칩을 제대로 결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지적되는 것이다.

유리 기판은 플라스틱보다 표면이 매끈한 유리가 메인 재료다. 기판 두께도 기존보다 4분의 1 이상 더 얇게 만들 수 있고 전력 소모량도 감소한다. 인텔에 따르면 기판의 회로 왜곡 발생률도 50%나 감소해 반듯하고 얇은 회로를 기판 위에 새기는 데도 적격이다. 만약 유리 기판이 인텔의 계획대로 양산된다면 플라스틱 기판을 대체할 수 있어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인텔의 유리 기판으로 만든 칩 시제품. 사진 제공=인텔




인텔은 고급 반도체 패키징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기술과 설비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인텔·TSMC 등 글로벌 반도체 ‘빅3’ 중 설비투자로는 단연 1위다. 인텔이 향후 양산까지 적어도 7년이 남은 유리 기판을 지금부터 소개한 것에는 앞으로 격화할 반도체 패키징 기술 리더십 경쟁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인텔은 2021년 재개한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사업에도 유리 기판을 적용할 수 있어 타사보다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바박 사비 인텔 부사장은 “인텔에서 개발한 모든 유리 기판 기술을 회사 내부뿐 아니라 파운드리 파트너에도 제공할 것”이라며 “유리 기판을 활용하고 싶다면 언제든 파트너와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조 원 R&D 라인을 일찌감치 갖춘 인텔은 세계적인 소재 업체들과 유리 기판 R&D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일본 기판 업체 이비덴은 물론 미세 유리 구현을 위해 독일 유리 전문 업체 쇼트 등과 협력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유리 가공 기업인 켐트로닉스(089010)가 인텔의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 전자 부품 업계에서는 유리 기판 구현 시점이 2020년 후반으로 지목되는 만큼 관련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FC-BGA 등 고급 기판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전기(009150)는 유리 기판 양산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용훈 삼성전기 프로는 6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판 전시회 ‘KPCA 2023’ 연설에서 “유리 기판은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도체 패키징 기판은 높게 쌓는 ‘고다층’이 유행인데 유리 위에 쌓다 보면 깨질 위험도 있고 공정 자동화에도 매우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장 잠재력을 보고 적극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SKC 자회사 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에 2억 4000만 달러(약 3200억 원)를 들여 2024년 유리 기판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2단계 투자에서는 3억 6000만 달러를 투자해 생산능력 확대 방안도 추진한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미국 유력 반도체 기업이 앱솔릭스 기술에 관심을 갖고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유리 기판이 상용화하면 이비덴·삼성전기 등 기존 기판 업체들은 물론 반도체 제조사들의 사업 모델이 통째로 뒤집어질 수 있다”며 “인텔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의 유리 기판. 사진제공=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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