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 부문이 사상 최대 파업에 돌입했다.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자동차 부문에 이어 의료계까지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미국 산업계가 노동 쟁의에 몸살을 앓고 있다.
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걸친 주요 비영리 의료기관인 카이저 퍼머넌트의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 종사자들이 이날부터 사흘간 파업에 돌입했다. 카이저 퍼머넌트는 워싱턴DC를 비롯해 버지니아,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오리건 등에 수백 개의 병원을 운영 중이다. 현재 6만 8000명의 간호사와 21만 3000명의 기술직, 사무직원 등을 고용하고 있다. 의사는 2만 4000명이 근무 중이다. 이번 파업에는 7만 5000명 이상 의료인이 동참할 것으로 추산되며 WSJ은 “1993년 관련 통계 수집 이후 미국 의료계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카이저 퍼머넌트는 응급실 등 일부는 의사와 대체 인력을 투입해 정상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직원 충원 및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일손 부족이 계속되는 데다 고물가까지 겹쳐 그에 준하는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사측은 4년에 걸쳐 근무 지역에 따라 총 12.5~16%의 임금 인상을 제안했지만 노조 측은 고물가 충격을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24.5%의 인상안을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임금 인상 및 처우 개선 문제를 놓고 크고 작은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이 계속 파업을 하고 있고 지난 5월부터 파업에 들어갔던 할리우드 방송·영화 작가들은 지난달 27일 약 5개월 만에 파업을 종료했다. 지난 15일에는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빅3’ 자동차 업체가 포함된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일부 공장에서 파업을 선언하는 등 전체 조합원의 17%가 파업에 동참한 상황이다. WSJ은 “올 들어 8월까지 노동 쟁의로 인한 미국의 조업중단 일수가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진단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