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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新난민협정' 합의…동유럽은 반발

■유럽, 반이민정서 확산

EU, 난민문제 대응 새규칙 마련

재정지원 등 타국에 요청 가능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는 난색

獨·伊, 난민지원 놓고 갈등 증폭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지중해를 건너온 난민들이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해상에서 구조된 후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선박을 타고 육지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폭증하는 난민 유입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규칙을 정비했지만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하며 유럽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U의 규칙 합의가 무색하게도 폴란드·오스트리아·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은 난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국경 통제에 나서며 유럽이 분열하는 모습이다.

4일(현지 시간) BBC 보도에 따르면 EU는 회원국들과 난민 유입 문제에 관한 협의를 통해 새로운 규칙을 마련했다. 이 규칙은 난민 유입이 과도하게 몰리는 국가는 EU 내 다른 국가에 ‘연대 기여’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망명 또는 보호를 원하는 난민들을 EU 내 다른 국가로 재배치하거나 망명 신청 처리 관련 업무를 국가 간에 나눠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난민에 대한 재정 지원이나 거주지 마련 도움도 다른 국가에 요청할 수 있다.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위원회 위원장은 “상황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라며 이번 합의를 지지했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칙 합의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난민 반대 정서가 동유럽을 넘어 서유럽까지 번져 각국 내부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은 이번 규칙을 두고 EU가 이민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날 합의에도 불구하고 폴란드·오스트리아·체코는 모두 슬로바키아와의 국경을 통제했으며 슬로바키아도 헝가리와의 국경 길을 차단했다.





전날 독일에서는 극우정당 AfD가 반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여론조사에서 2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현재 독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사회민주당(SDP)·녹색당·자유민주당(FDP)보다 높은 지지율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는 당혹스럽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유권자들이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난민 문제가 꼽혔다. 지난해 독일에 접수된 난민 신청 건수는 24만 4000건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

반면 독일 내 난민 유입 지지자들은 지중해에 구조선을 보내는 상황이다. 이는 이탈리아와 독일 간 싸움으로도 번졌다. 난민들이 독일 자선단체의 구조선을 타고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난민 수용에 반대하며 독일과 외교적 마찰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연합(UN) 통계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난민 수는 13만 3000명을 넘어섰다. 난민 정책 이견으로 인한 여론 악화와 내부 정치 갈등은 독일뿐만이 아니다. 슬로바키아에서는 난민 지원 문제로 여론이 악화해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했고 7월에는 난민 정책 갈등으로 네덜란드 연방정부가 붕괴됐다.

유럽 내 분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7~12월 EU 순회의장국인 헝가리와 다음 차례인 폴란드가 기존 EU 정책의 대대적 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이날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정치인들이 EU에 진출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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