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2400’은 회사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제품이다. 전작보다 정보 처리 속도가 월등하게 증가해 칩 설계 능력을 증명한 것은 물론 무르익은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정과 새로운 패키징 기술 시도로 글로벌 칩 강자들의 입지를 흔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6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미주 총괄 본부에서 엑시노스2400을 공개한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장은 “올해 가장 중요한 기술 트렌드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라며 “시스템LSI 휴머노이드를 구현해 '선행적 AI 시대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AMD와 GPU 개발…첨단 4나노 공정도 지원사격=삼성전자가 5일(현지 시간) ‘삼성 시스템LSI 테크데이 2023’에서 발표한 엑시노스 2400은 데이터 연산의 핵심이 되는 중앙처리장치(CPU) 성능, AI 기능만큼 그래픽 처리 성능까지 대폭 끌어올린 것도 괄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에 내장된 그래픽처리(GPU) 공간을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 AMD와 함께 설계했다. 2019년부터 협력을 시작한 양사는 지난해 ‘엑스클립스’라는 GPU 브랜드를 처음 선보였다. 올해 삼성전자와 AMD는 엑스클립스 설계를 더욱 업그레이드해 콘솔 수준 이상의 게임 그래픽을 스마트폰에 구현하는 기술을 엑시노스에 담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용 AP인 A17의 GPU 기술을 삼성전자가 앞지르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엑시노스를 만드는 공정도 개선됐다. 엑시노스 2400은 삼성전자 4㎚(나노미터·10억분의 1m) 파운드리 생산 라인에서 만들어진다. 삼성 파운드리는 2021년 말에 4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엑시노스 양산이 불발됐던 주요한 이유로 4나노 공정 수율 문제가 지적됐다. 올해는 확실하게 다른 모습이다. 공정 노하우 축적으로 수율이 올라가면서 생산 단가 인하와 가격 경쟁력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다 성능까지 담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야심차게 준비했던 패키징 공법인 팬아웃 웨이퍼레벨패키지(FOWLP)를 엑시노스 2400에 첫 적용한다. 칩 밑에 덧대는 기판을 적용하지 않아서 두께 축소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기술이다. 파운드리 라이벌 TSMC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준비한 삼성전자의 비밀 병기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엑시노스 2400이 갤럭시 S 시리즈에 탑재되면 고급 시스템반도체 분야 매출 신장에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23 시리즈에 전량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이 탑재되면서 자존심을 구긴 시스템LSI 사업부는 강력한 성능을 탑재한 엑시노스 2400으로 재기를 노린다. 또한 지난해 4월 출시한 보급형 AP ‘엑시노스 1280’ 시리즈가 선전하면서 AP 시장 라이벌인 퀄컴·미디어텍·유니SOC 등을 바짝 쫓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의 올 2분기 모바일 AP 출하량은 1980만 개로 지난해 동기보다 약 17% 증가했다”며 “전방 수요 부진으로 경쟁사의 AP 출하량이 줄어드는 추세에도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엑시노스 용처 다양화…차량용 AP도 진격=삼성전자는 이번 테크데이에서 스마트폰용 AP 외에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는 차량용 반도체도 발표하면서 엑시노스 응용처 다각화에 속도를 낸다. 엑시노스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차라는 새로운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2025년 양산 예정인 차세대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 구동 영상을 공개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6월 해당 프로세서를 2025년 현대자동차에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제품은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암의 최신 전장용 CPU 10개가 탑재된 데카코어 프로세서로 기존 대비 CPU 성능이 약 1.7배 향상됐다. 최대 6개의 고화질 디스플레이에 동시 연결 가능한 멀티 커넥티비티 기능을 갖춘 것도 특징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차량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와 사물의 빠른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정확하게 포착 가능한 ‘아이소셀 비전’ 제품을 통해 안전 주행 기술도 선보였다. 아이소셀 비전은 비행시간거리측정(ToF) 센서로 스마트폰과 차량용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에 참가해 엑시노스 오토 V920과 차량용 이미지 센서인 아이소셀 오토 1H1 등을 고객사에 선보인 바 있다. 2025년 4㎚, 2026년 2㎚ 오토모티브 공정 생산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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