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줄줄이 예금금리를 연 4%대로 끌어올리면서 수신금리 경쟁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예금금리 차가 대폭 줄어든 가운데 그간 낮은 예대마진을 이유로 경쟁을 주저해온 저축은행들도 속속 금리 인상에 나서는 모습이다. 각 은행들은 복잡했던 우대금리 조건을 없애는 등 자금 이탈 방지와 신규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상품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4.35%·12개월)’과 저축은행 업계 최고금리 상품인 CK저축은행의 ‘정기예금(4.55%·12개월)’ 금리 차가 0.2%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주도적으로 예금 상품의 최고금리를 연 4%대로 올리면서 금융권 전반의 금리 차가 축소된 것이다. SC제일은행 외에도 △신한은행 ‘신한 My플러스 정기예금’ 4.25%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4.05%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4.00%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4.00% 순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 중이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의 경우 기본금리는 3.95%지만 우대금리를 적용한 최고금리는 4.05%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급여 이체, 카드 실적 등 충족시키기 어려운 조건들을 내걸었던 우대금리도 대폭 축소됐다. 지난달 케이뱅크가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없앤 ‘코드K 정기예금’을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이 정기예금에서 일괄 연 4%대의 기본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고금리 수신 경쟁에도 불구하고 5대 시중은행의 전체 예금 잔액이 지난달 842조 2907억 원을 기록하며 전월 대비 2조 6764억 원(0.3%) 줄어들면서 자금 이탈에 대한 위기의식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은행과 금리 경쟁이 불가피해진 저축은행의 경우 복리식 정기예금을 특판 상품으로 내놓는 등 상품 차별화에 승부수를 걸었다. 복리식 상품의 경우 매월 이자를 지급하는 단리식 정기예금과 비교해 매월 발생하는 이자가 원금에 포함돼 만기 시 좀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저축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4.55%를 제공하는 CK저축은행의 경우 동일한 4.55% 금리 예금 상품이라도 복리식 상품의 연 기대 수익률은 4.64%(세전 기준)로 차이가 있다. 또 기존에 있던 예금 한도 제한도 대부분 없앴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수신 잔액이 다시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리가 비슷할 경우 시중은행을 선호하는 고객들의 자금 이탈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 업계의 수신 잔액은 지난해 11월 121조 3572억 원에서 올해 5월 114조 5260억 원까지 7조 원 가까이 빠졌다. 이후 고금리 추세와 함께 올 7월 수신 잔액이 115조 312억 원으로 소폭 회복한 상황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며 저축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크게 올리기는 쉽지 않은 만큼 당분간 업권 간 금리 차가 크지 않은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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