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신약 기술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3분기 신약 기술수출은 단 1건에 그쳤고 누적 계약도 전년 동기 대비 35%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로 투자가 위축되며 신약 개발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어 기술수출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술수출 실적은 SK바이오팜(326030)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계약이 유일했다. SK바이오팜이 8월 중동 제약사 히크마(Hikma MENA FZE)와 체결한 기술 수출 규모는 2300만 달러(약 307억 원)였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전년 동기 1조 4456억 원 대비 4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누적 기준 신약 기술수출 감소세도 두드러진다. 올 3분기 누적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2조 8254억 원(비공개 계약 제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 3430억 원에서 약 35% 줄었다. 신약 기술수출이 2020년 10조 1488억 원으로 처음 10조 원을 돌파한 뒤 2021년 사상 최고치인 13조 원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올해 조 단위 계약을 공개한 기업은 바이오오케스트라(1조 1050억 원)뿐이다.
다만 연내 기술수출을 추진 중인 제약·바이오 기업도 다수라 추세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유한양행(000100)의 알레르기 신약 후보물질인 ‘YH35324’가 대표적이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핵심인자 ‘IgE’에 결합해 체내 IgE 수준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유한양행은 2020년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에서 1조 4000억 원에 신약 후보 물질을 도입했고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보유 중이다. 현재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해당 후보 물질의 쌍둥이 격인 원물질 ‘GI-301’을 일본에 기술이전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놈앤컴퍼니(314130)는 신규 타깃 면역 항암제 ‘GENA-104’ 또는 신규 타깃 항체약물접합체(ADC) ‘GENA-111’의 연내 기술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의 기술수출 부진 상황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약 개발에는 대규모 자금이 필수지만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투자금이 메마르면서 신약 파이프라인 연구개발(R&D)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셀리버리(268600)는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등 주력 파이프라인 3개를 제외한 나머지 6개의 R&D를 중단키로 했다. 진원생명과학(011000)도 코로나19 치료제·예방약 등 20여개 파이프라인 개발을 중단했고 제넥신(095700)과 관계사인 네오이뮨텍(950220)도 진행 중이던 임상을 포기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들어오는 투자금은 급감하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 투자액은 59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1조 3159억 원 대비 54.7% 줄었다. 상반기 기준 바이오 분야 투자액은 2021년 1조 8101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 자금이 메마른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 어쩔 수 없고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선택과 집중’이 이뤄진다는 건 일부 긍정적이기도 하다”며 “지금은 사업 로드맵을 정교하게 만들고 자금을 아껴 생존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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