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병원 폭발 대참사를 둘러싼 논란 와중에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무장 세력 헤즈볼라 간 교전이 발생하면서 전선이 이스라엘 북부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협력, 이란 견제를 위한 이스라엘의 시리아 선제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확전을 막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보복전에 나선 이스라엘에 자제를 당부하고, 팔레스타인을 위한 지원 방안도 내놓았지만 중동의 분노는 쉽게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일(현지 시간)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장기전이며 여러분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주 가자지구를 완전히 포위한 후 공습을 벌여온 이스라엘은 목적은 하마스의 군사력 무력화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하마스 고위 인사는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벌이고 있는 전쟁의 다음 단계를 헤즈볼라와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전날 전했다. 아메드 압둘 하디 레바논 주재 하마스 정치국장은 “이미 국경에서 이스라엘과 교전하고 있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선을 넘을 경우 전면적 공격을 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공방전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헤즈볼라가 참전하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이어 전선을 확장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또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어 중동 지역 전체로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확전을 막으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힘을 실은 반면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텔아비브에서 네타냐후 총리 등과 회담한 후 “주 후반 의회에 이스라엘 지원 패키지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요청할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대만 등에 대한 안보 지원 예산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35조 6800억 원) 선으로 알려졌다. 이 중 600억 달러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이고 이스라엘에도 100억 달러 이상이 배정될 것이라고 ABC방송 등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자지구 병원 폭발의 원인에 대해 미 국방부 정보 등을 인용해 테러 그룹의 로켓 오발에 따른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상공에서의 이미지 등으로 볼 때 이스라엘은 가자 병원의 폭발에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CNN은 미국이 보다 확실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가자지구에 정보자산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랍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레바논·이라크·요르단·쿠웨이트·이집트·튀니지 등에서 전날 수천 명의 시위대가 집결해 반(反)이스라엘 구호를 외쳤다. 또 이란이 전날 이스라엘에 석유를 판매하지 말라고 이슬람 국가들에 촉구하면서 북해산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도 ‘법의 지배에 따른 행동’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분노에 사로잡히지 말라. 9·11 이후 미국은 분노했다. 정의를 추구하고, 얻는 과정에서 실수도 저질렀다”고 말했다. 미국이 9·11 테러 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장기전을 치르는 동안 미군 수천 명이 희생되는 등 막대한 대가를 지불한 점을 상기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특수 작전’ 등 대안에 대해서도 네타냐후 총리와 장시간 논의했다. 그는 “우리는 지상전에 대해, 그리고 어떤 대안이 있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지만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1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주민의 분리 대응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허용을 요청했고 이스라엘은 식량과 물·의약품 등에 한해 반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호물자 등을 실은 트럭 20대가 이집트에서 라파 국경을 통과해 가자지구로 진입할 예정이라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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