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울산광역시 시내를 벗어나 현대자동차 공장이 자리한 염포로에 들어서자 대형 트럭들이 왕복 6차선 도로를 메우기 시작했다. 모트라스, 덕양산업, 다스 등 협력사의 이름을 부착한 트럭들은 자동차 부품을 가득 실은 채 염포로를 달리다 현대차(005380) 공장 문을 통과해 각자 목적지로 바삐 움직였다.
공장에 들어서 최종 목적지인 홍보관까지 이동하는 데에도 차로 10분이 넘게 걸려 울산공장의 거대한 규모를 실감할 수 있었다. 생산시설뿐 아니라 마트, 은행, 병원, 미용실, 소방서, 문화센터까지 마련돼 ‘현대차 마을’이라 해도 될 정도였다.
1967년 설립된 울산공장은 여의도 전체면적 3분의 2에 가까운 약 500만㎡(약 150만 평) 부지에 공장 5개를 갖춘 현대차의 ‘마더팩토리(핵심 공장)’다. 직원의 이동을 돕기 위해 공장 내에만 구내버스 21대가 운행할 만큼 단일 자동차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울산공장에서는 총 3만 2000여 명의 임직원이 9.6초당 1대, 하루 평균 6000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으로 따지면 신차 140만 대가 탄생하는 건데 이 가운데 80%인 110만 대는 수출 물량이다. 특히 3공장은 수출 효자 차종인 아반떼와 코나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1990년 설립된 3공장은 울산공장 내 최초로 프레스, 차체 등 자동화 생산체계를 구축한 곳으로 현재 아반떼와 코나를 포함해 베뉴, i30를 연간 약 36만 7000대씩 만들어내고 있다.
3공장 의장라인에 들어서자 도장(페인트) 작업을 마친 차체가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천천히 내부로 들어오고 있었다. 의장라인은 2만 개가 넘는 부품을 차체 내부에 장착하는 공정이다. 정교함이 요구되는 공정이라 아직도 90% 이상의 작업을 사람이 수행한다. 물론 앞 좌석 시트와 유리 장착, 스페어 타이어 장착 등 무거운 부품을 들어 옮기는 작업은 로봇이 담당하고 있었다.
근로자들은 개별 차량의 구체적인 사양이 빼곡히 적힌 작업지시서를 확인한 뒤 쉴 새 없이 각자 맡은 업무를 해나갔다. 라인 옆에는 자동운반차량(AGV) 이라는 이름의 이동식 부품 선반이 각 차체를 따라 움직이며 근로자들이 쉽게 부품을 집어 조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부품을 가지러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어 생산성은 물론이고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뼈대만 있는 상태로 입고된 차체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능숙한 손놀림을 거칠 때마다 점차 자동차의 모습을 띄어갔다. 범퍼를 차체 앞 부분에 끼우자 아반떼의 얼굴이 일부 드러났고 시트와 타이어까지 장착하자 비로소 거리에서 마주하던 ‘완성차’로 탈바꿈했다.
한 아반떼 차량의 후면에는 해외 시장용 이름인 ‘엘란트라’라는 표시가 선명했다. 이 표시에 따라 완성차 공장을 빠져나온 아반떼의 목적지가 갈린다. 아반떼라는 이름표를 단 완성차는 내수용 완성차 대기장으로, 엘란트라는 울산공장 내부에 마련된 수출용 부두로 옮겨진다.
이날도 수출 부두에는 선적을 기다리는 차량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 차량 1만 40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이곳에선 항만 관계자들이 선박에 차를 이동시키기 무섭게 완성차 공장에서 방금 생산된 차량이 빈 자리를 채워넣었다.
생산공장 내부에 수출 부두를 함께 마련한 곳은 국내에선 현대차 울산공장이 유일하다. 부두의 길이만 해도 840m에 달해 7만 톤급 선박 3척을 동시에 정박할 수 있다. 가장 큰 수출 선적선(7만 6000톤급)을 기준으로 엑센트를 최대 6900대 선적할 수 있어 연간 최대 110만 대가 이곳에서 200여 국으로 수출된다.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물량이 가장 많다.
국내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7월부터 14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기록하며 경제 반등에 기여하고 있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8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8월 기준 30만 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현대차 아반떼와 코나는 올 들어 8월까지 각각 13만 5000대, 13만 3000대 선적되며 수출 상위 모델 2, 3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