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한창인 가운데 최근 증권사 보고서 발행 건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중순부터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증시가 약세장으로 돌아선 데다 기업 실적까지 부진하자 주식 매수 의견을 자신 있게 낼 논리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보고서 수는 총 4255건이었다. 이는 올 들어 보고서 발간 건수가 가장 많았던 5월(6995건)보다 39.2%나 적은 수치다. 증권가에서는 10월이 앞으로 5거래일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달 보고서 수는 올 들어 최저치인 6월(4779건), 9월(4306건)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 업계는 더욱이 10월이 3분기 실적 시즌이라는 점에서 보고서 발행 건수가 사실상 연중 최저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통상 실적 발표가 있는 달에는 기업·업종 전망 관련 보고서 발행 건수가 늘어나는데도 이달은 유독 그런 현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이달 기업 관련 보고서의 경우 24일까지 고작 1880건밖에 나오지 않아 지난해 4분기와 올 1·2분기 실적 발표가 있던 1월(2330건), 4월(3141건), 7월(3358건)보다 크게 적었다. 실적 시즌에도 보고서들이 거시경제 현황, 단순 주식·채권 시황 정보 등에 편중된 셈이다.
증권사 보고서 발행 건수가 최근 연중 최저치에 이른 것은 주가지수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기업 실적이 둔화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8월까지만 해도 2500~2600포인트 사이에서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던 코스피지수는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추락하기 시작해 이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 이후 더 큰 낙폭을 보였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존재하거나 이미 잠정치를 발표한 상장사 영업이익도 한 달 전 45조 569억 원에서 1.71% 적은 44조 2855억 원으로 줄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증권사 보고서 수도 7월 6800건, 8월 6395건에서 9월 4306건으로 수직 하락했다. 주식 매수 의견을 내는 데 집중하는 일반적인 증권사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보고서를 쓰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셈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30일 기준으로 국내 32개 증권사가 매도 의견을 낸 보고서 비율은 평균 0.1%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현시점은 주식 매도 의견을 내야 할 상황인데도 차마 그럴 수가 없다 보니 애널리스트들이 차라리 보고서 발간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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