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 업체인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당시 이사회 의장이 모스크바의 한 병원 6층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마가노프는 심장 질환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러시아 매체는 입원실 창문 틀에서 담배 한 갑이 발견됐다며 그가 담배를 피우려다 실족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방 언론은 의구심을 나타냈다. 넉 달 전에 같은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석연치 않게 숨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알렉산드르 수보틴 루크오일 CEO가 돌연 사망했다. 현지 언론은 수보틴이 죽기 하루 전 만취 상태로 한 무속인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가 두꺼비 독으로 만든 숙취 해소제를 구하러 갔다가 숨졌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는 입증되지 않았다. 최근 또 다른 루크오일 고위 임원이 의문사했다. 이달 24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네크라소프 루크오일 이사회 의장이 갑자기 사망했다. 회사 측은 “그가 급성 신부전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 회사인 루크오일은 1991년 시베리아 지역 석유 기업들인 랑게파스·우레이·코갈림이 합병해 탄생했다. 사명은 이들 3개사의 이니셜에 영문 ‘오일(oil)’을 붙인 합성어다. 국영기업으로 출발했다가 1992년 민영화돼 현재 러시아 정부의 지분은 없다. 이 회사는 세계 원유의 2%(하루 약 170만 배럴) 정도를 생산하고 있으며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자회사와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 석유 업체 가운데 국영 회사인 로스네프트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루크오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주목 받았다. 지난해 3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무력 충돌의 신속한 중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이은 루크오일 고위 임원 사망 사건의 흑막 뒤에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CNN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소 8명의 저명한 러시아 사업가들이 돌연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에서 정치적 의혹이 제기되는 의문사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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