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한 여파로 국내 대출금리도 따라 올라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에도 국내 금리가 상승하면서 통화정책 유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한다면 정책 딜레마가 될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9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9월 전체 대출 금리는 5.17%로 전월보다 0.07%포인트 상승했다. 3개월 만에 상승 전환이다. 은행채 등 주요 지표 금리가 상승한 영향이다.
가계대출 금리는 4.90%로 전월보다 0.07%포인트 오르면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35%로 전월보다 0.4%포인트 오르면서 4개월 연속 상승한 영향이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4.30%로 0.05%포인트 오르고 변동형 금리가 4.51%로 0.01%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채 5년물 금리가 오른 가운데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도 오르면서 고정형 금리가 변동형 금리보다 큰 폭 상승했다.
일반신용대출 금리도 6.59%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오르면서 3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대출 금리(5.06%)와 전세자금대출 금리(4.18%)도 각각 0.10%포인트, 0.05%포인트 올랐다. 기업대출 금리는 5.27%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대출 금리가 5.34%로 전월보다 0.10%포인트 오른 영향이 반영됐다.
저축성 수신금리는 3.81%로 전월보다 0.16%포인트 오르면서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올해 1월(3.83%)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순수저축성예금 금리가 3.74%로 전월보다 0.15%포인트 오르면서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형금융상품 금리도 3.96%로 전월보다 0.17%포인트 오르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다.
한은이 올해 2월부터 기준금리를 3.50%로 6연속 동결했으나 미국 시장금리 상승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는 상황이다. 한미 금리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이 제약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창용 총재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요인을 묻자 “원인을 파악 중이지만 과거와 달리 최근 10년 동안 내국인 해외투자가 늘면서 해외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환율을 자유롭게 놔두면 금리 정책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독립적이지 않아서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이 총재는 통화정책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지 않냐는 지적에 “미국의 금리 상승 기조가 일시적인지 장기적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일시적이라면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장기적이라면 정책 딜레마를 주기 때문에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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