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1주기 추도 예배에 참석해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참사로 목숨을 잃은) 그분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추도 예배에 참석해 이 같은 추도사를 했다. 영암교회는 윤 대통령이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다닌 교회다. 이날 영암교회의 추도 예배는 해당 교회의 정례적인 1~3부 주말 예배 개최 이후 유상직 담임목사가 별도로 집도하는 형식으로 열렸다. 윤 대통령이 규모가 너무 크지 않고, 신도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싶다는 의중을 전한 것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추도 예배에는 대통령실 주요 관계자를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김기현 대표 및 윤재옥 원내대표, 정부 측의 한덕수 국무총리 및 주요 장관들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불의의 사고로 떠나신 분들을, 이분들이 사랑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직접 언급한 것은 해당 사건이 정치적으로 쟁점화되는 것은 피하면서도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앞으로 이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시민단체와 야당 등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시민들의 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태원 사고 현장이든, 서울광장이든, 성북동 교회든 희생자를 추모하고 애도하는 마음은 전국 그리고 세계 어디서나 다를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대통령실 관계자는 향후 유가족들을 초대하거나 다른 방식의 위로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부분들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예배를 집도한 유상진 담임목사는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로마서 12장 15절을 인용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갈등과 증오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상처 입은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고 재발을 방지하고 더 안전한 나라 만드는데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추모대회 참여를 검토했다. 하지만 사실상 민주당이 개최하는 정치집회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 불참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앞서 이날 오전 정부와 대통령실, 여당 고위 관계자들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진행된 고위 당정대협의회를 시작하기 전 묵념을 하며 희생자를 애도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