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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대신 싼커"…롤드컵 홍보관 찾고 K팝 댄스 배우세요

◆"중국인 관광 스타일 달라졌다"…업계 '개별여행 추세' 맞춰 상품 대대적 손질

中 단체관광 허용했지만 효과 지지부진

"지출 범위 더 크다" 개별여행객 정조준

제주 단축마라톤 등 로컬 체험상품 봇물

중국인 관광객이 서울 중구 하이커그라운드 3층에 마련된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홍보관을 방문해 중국팀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서울 중구 하이커그라운드 3층에 마련된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홍보관. 사진 제공=한국관광공사


“BLG 자유(加油·힘내라).” “JDG 최강 4인방 우승 MVP까지.”

26일 서울 중구 하이커그라운드 3층. 중국어로 쓴 포스트잇들이 가장 먼저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 오른 중국팀 징동게이밍(JDG)·빌리빌리게이밍(BLG)·리닝게이밍(LNG)·웨이보게이밍(WBG)의 승리를 응원하는 메시지다. 5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롤드컵을 보러 온 중국인 여행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홍보관 측 설명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14명의 중국인이 다녀갔다. 홍보관을 찾는 중국인은 하루 평균 30여 명에 이른다. 한국관광공사 측은 “올해 인터파크를 통해서만 경기 표를 구매할 수 있다 보니 롤드컵을 보러 개별 중국인 관광객들이 얼마나 오는지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홍보관을 운영해 그 현황을 파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행·관광 업계가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대안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 8월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한 후 중국의 최대 황금연휴인 국경절(9월 29일~10월 6일)까지 지났으나 그 효과가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단체여행 대신 개별 관광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뀐 이유에서다. 정부 및 관련 업계가 ‘싼커(개별 중국인 관광객)’를 겨냥한 상품 개발에 팔을 걷고 나섰다.

31일 한국관광공사 및 업계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8일까지 중국의 국제항공편(8454편) 가운데 한국은 808편 운항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651편), 태국(632편)보다 많다. 이 기간에 한국을 찾은 중국인들도 늘어난 셈이다. 실제로 퉁청이룽·뤼마마 등 중국계 온라인여행플랫폼(OTA)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 기간 인기 목적지로 마카오·홍콩을 비롯해 태국·한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이 꼽혔다.



반면 국내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의 단체관광 재개 효과를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중국 국경절이 껴 있던 9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26만 3940명으로 전달보다 4000여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의 국제항공편만 봐도 한국행이 많기는 하나 2019년에 비하면 전체의 44.4%밖에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한국을 잇는 하늘길 자체가 아직 코로나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 30명 이상의 유커 대신 가족·친구 단위의 싼커들이 한국을 찾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관광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업무차 중국계 OTA를 만났는데 거기서도 중국인들이 이제 단체관광보다 개별 관광을 선호하고 있다고 봤다”며 “유커 대신 싼커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중국에 단체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행사들은 전통 관광지 구경, 단체 쇼핑 등으로 구성됐던 패키지에서 K팝 댄스 배우기 등 체험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여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제주도만 해도 중국인 여행객이 여행 경비로 쇼핑보다 숙박·식사·체험 등에 더 많이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로컬 체험 상품을 반영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제주도가 중국 선양 마라톤운동협회와 공동으로 중국에서 ‘제주 컬러 런 단축 마라톤 대회’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마라톤 코스를 제주 풍경으로 조성함으로써 마라톤 동호회 회원에게 제주에서 달리는 듯한 느낌을 주고 제주 관광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자유여행 e커머스 플랫폼의 한 관계자도 “요즘에는 원데이 체험 클래스조차 단체로 하는 것보다 1대1 아니면 소규모로 진행하는 쪽을 선호한다”며 “좀 더 소규모로 체험할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해 판매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정부에서도 중화권을 방한 제1시장으로 다시 회복하기 위해 개별 관광객 유치가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2019년만 해도 중국·대만·홍콩을 합한 방한 관광객은 전체의 45%가량을 차지했다. 올해는 9월 누적 기준 29%로 크게 줄었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씨트립·칭화이에 이어 연내 중국계 다른 OTA에 한국상품관을 개설해 한국을 홍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판 배달의민족인 ‘메이퇀’에 한국 여행을 위한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번 기회에 싼커를 겨냥해 고부가가치를 낼 관광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는 “유커는 정해진 가격에 따라 여행하는 반면 싼커는 여행 지출의 범위가 넓다”며 “숙박·교통 등에서 고부가가치를 낼 상품이 단기간에 나오기는 어렵지만 정부와 업계가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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