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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재기 노리는 기아] '동남아 수출 전진기지'로 육성…3공장도 전기차 전환 예고

[르포] 기아 옌청 3공장 가보니

'자동화 설비' 4초마다 부품 나와

프레스 라인 최소 인력만 모니터링

3공장 총 생산능력 45만대 달해

17일 출시하는 EV5 판매량 따라

3공장도 전기차 생산 구상 밝혀

"전기차 라인업·비중 점차 확대"


기아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중국산 전기차로 재도약을 노린다. 한때 철수설까지 제기됐던 중국에서 ‘최초의 전기차 모델’인 EV5를 이달 중순 출시하는 데 이어 전기차 라인업을 매년 확대해 본격적인 시장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기아는 전기차 전용 라인을 갖춘 2공장에 이어 향후 라인업 확대와 판매량 증가에 따라 3공장까지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2일 중국 장쑤성 옌청 기아기차유한공사 3공장에서 만난 저우즈화 종합사업부 부장은 “시장 수요에 따라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 3공장에서도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며 “EV5의 판매량에 따라 2공장에서 생산량을 만족하지 못하면 3공장도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일 방문한 중국 장쑤성 옌청 기아 3공장에서 직원들이 프레스 작업을 마친 부품을 확인하고 있다. 김광수 특파원




이날 방문한 기아 생산 거점인 옌청 3공장은 대부분의 작업이 자동화 설비로 돌아갔다.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대형 프레스 기계가 철판을 찍어 누르며 차체 각 부문을 제작했다. 4초에 하나씩 지붕·바닥·보닛·문짝 등이 기계에서 쏟아져 나왔다. 프레스 라인에는 최소한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고 화면을 통해 생산 과정을 점검했다. 제작된 부품들은 자동으로 다음 공정인 용접 라인으로 옮겨졌다. 최근 방문한 중국 창청자동차 공장에서 직원들이 일일이 물건을 옮기는 것과 차이가 컸다. 공장 내에 적힌 ‘세계 일류 프레스 모델 공장’이라는 문구가 실감 났다.

2일 방문한 중국 장쑤성 옌청 기아 3공장에 프레스 작업을 마친 부품들이 모델별로 분류돼 있다. 김광수 특파원


용접 라인에서는 50초마다 1대씩 차량이 완성됐다. 1시간에 최대 71대까지 만들 수 있는 라인이다. 이곳 3공장에서는 주야 2교대로 10시간씩 근무하며 K5·스포티지·셀토스·카니발 등 8종의 차종이 생산된다. 2014년 가동에 들어간 3공장은 총생산능력이 45만 대에 달한다. 총 110억 위안(약 1조 9800억 원)을 투자해 고효율, 에너지 절약, 환경 보호에 중점을 둔 현대식 자동차 제조 공장이다.

기아의 중국 판매량이 정점에 달하던 2016년에는 연 68만 대를 생산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중국 내 판매 감소로 인해 60% 정도의 가동률만 보이고 있다. 저우 부장은 “그래도 지난해 대비 생산량이 40%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이곳을 수출 전진기지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재 50대50의 비중으로 절반은 중국에서 판매하고 나머지 물량은 동남아시아·중동 등으로 수출한다.

2일 방문한 중국 장쑤성 옌청 기아 3공장에 현지에서 판매되는 기아 자동차들이 전시돼 있다. 이달 17일부터는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EV5가 판매돼 라인업이 확대될 예정이다. 김광수 특파원


2일 방문한 중국 장쑤성 옌청 기아 3공장에 현지에서 판매되는 기아 자동차들이 전시돼 있다. 이달 17일부터는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EV5가 판매돼 라인업이 확대될 예정이다. 김광수 특파원


공장 한편에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모델들이 전시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차량은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의 첫 주자로 나선 EV6다. 차량 가격이 28만 2800위안부터 시작하는 고성능 전기차로 준중형급임에도 실내 공간을 중형급으로 제작해 중국인의 취향을 겨냥했다. 저우 부장은 “EV6의 뒤를 이어 17일부터는 EV5도 출시한다”며 “현재 사전 계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V5는 기아가 중국 공략을 위해 공들이고 있는 모델이다. 기아는 8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2023 청두 오토쇼’에서 EV5를 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2025년 판매할 예정이지만 기아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에서의 반등을 위해 옌청 2공장에서 EV5를 직접 생산·판매하기로 했다.



중국 경쟁 모델들과의 가격 경쟁력 등을 감안해 한국산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대신 저렴한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2023 기아 EV 데이’에서 “EV5는 중국에 특화된 모델로 현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배터리를 탑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방문한 중국 장쑤성 옌청 기아 3공장에서 로봇들이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김광수특파원


2일 방문한 중국 장쑤성 옌청 기아 3공장에서 로봇들이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김광수 특파원


기아는 EV5를 필두로 중국 내 생산 라인을 조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기아는 현재 옌청에 3개 공장을 가동 중이다. 가동률 부진에 생산을 중단했던 1공장에서는 현재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하이파이가 임대해 위탁 생산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1공장에는 생산된 모델들이 출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량 후면에는 기아의 중국 합작법인인 위에다기아의 로고가 있어 해당 차량이 기아 공장에서 생산된 것임을 증명했다.

2공장은 현재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돼 중국 내수용 EV5를 생산하고 있다. 3공장은 아직 100% 내연기관차를 만들고 있지만 이곳 역시 변화하는 자동차 산업 환경에 따라 변신을 예고한 상태다. 관건은 EV5를 시작으로 하는 전기차 판매 속도다.

기아는 올해를 중국 전기차 시장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현지 전기차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EV6에 이어 중국에서 생산한 EV5를 내놓는 데 이어 2027년까지 E-GMP 기반의 순수 전기차를 매년 1대 이상 출시해 순수 전기차 라인업을 6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내년에는 플래그십 모델인 EV9 출시가 계획돼 있고 최근 공개한 콘셉트 모델인 EV4와 EV3도 선보일 예정이다.

2일 방문한 중국 장쑤성 옌청 기아 3공장에서 직원들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김광수 특파원


2일 방문한 중국 장쑤성 옌청 기아 3공장에서 직원들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김광수 특파원


기아는 전기차 라인업 확대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 2030년까지 연간 판매량 45만 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 중 전기차 모델 비중은 40%(약 18만 대)까지 채운다는 각오다.

반등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지는 않을 계획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당분간은 기본을 다지면서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단 2025년까지 중국 현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20%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전시장 브랜드 ‘시티스토어’를 론칭하고 연내 50개까지 확장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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