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인요한 혁신위가 무너지면 김기현 체제도 같이 무너진다”며 “김 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는 약속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의 어제 발언은 본인 약속을 스스로 깨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전일 혁신위를 향해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고, 그것이 번복돼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총선은 단편 예술 작품이 아니라 종합 예술 작품이다. 지도부가 잘 지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친윤계에 거취 결단을 압박하는 혁신위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총선의 큰 그림을 지도부가 그리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하 의원은 김기현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를 “운명 공동체”라고 규정했다. 그는 “당에 불이 나고 있는데 소방수 역할을 하는 혁신위가 사라지면 다 타버린다. 지도부가 존재하겠느냐”며 “친윤 핵심 주류에 대해 불출마, 험지 출마를 하라는 약속을 지켜주는 게 김 대표도, 인 위원장도 사는 길”이라고 했다.
하 의원은 조만간 김 대표의 거취 결단이 나오리라 예상하면서도 장제원 의원의 험지행에는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김 대표가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결단을 단행할 가능성에 대해 “김 대표는 50%가 넘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장 의원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거의 대통령에게 항명하듯이 (말했다)”며 “너무 쎈 표현을 해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좀 든다”고 했다. 지난 11일 장 의원은 4200명이 운집한 본인의 외곽 조직 여원산악회 행사에서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시나리오에는 선을 그었다. 전일 이 대표는 이달 내 김 대표가 물러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끄는 비대위가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 의원은 “이 전 대표는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끝난 뒤에도 김 대표가 2주 내에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간 이야기”라고 했다. 다만 그는 “확실한 건 김 대표가 헌신하고 희생하지 않으면 김기현 지도부는 정리된다는 건 맞는 말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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