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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투자는 ‘엑시트’에서 출발한다

투자증권부 김선영


10여 년간 투자은행(IB) 업계에 몸담아온 한 운용역은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의 투자 전략을 묻자 “자금 회수가 곧 투자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마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는 오랜 난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돌아보면 설득력이 상당하다.

고금리로 침체된 M&A 시장에서 투자금 회수를 뜻하는 ‘엑시트(exit)’는 단연 화두였다. 긴축 장기화로 메마른 시장 유동성은 투자자는 물론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에도 자금 회수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각인시켰다. 투자는 적기를 기다릴 수 있지만 투자금 회수는 그저 가만히 있어서는 성사되지 않는 탓이다.

더욱이 때를 놓친 투자금 회수는 시장의 신뢰를 잃는 결과로 치닫는다. SK스퀘어(402340)는 이례적으로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자회사인 11번가를 강제로 팔아 투자금부터 돌려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당장 SK스퀘어의 손실도 불가피하지만 그간 SK그룹을 믿고 자회사들에 투자해온 기관과 PEF 모두 막대한 자금 회수를 놓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반면 성공적인 투자금 회수는 곧 새로운 투자의 동력이 됐다. 국내 PEF 운용사인 UCK파트너스는 밀크티 브랜드 공차에 투자했다 6배 이상의 차익을 실현하며 단숨에 투자 업계의 스타덤에 올랐다. 올 초에는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트의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오스템임플란트에 이어 빙수 프랜차이즈인 설빙에 투자하는 기염을 토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내년에 2조 6000억 원 규모의 신규 펀드 결성을 눈앞에 둔 비결도 투자금 회수에 있다. 산업 가스 제조 업체인 에어퍼스트 소수 지분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 1조 원에 매각하며 시장의 신뢰를 쌓은 것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주요 연기금이 IMM PE의 엑시트 성과에 주목하며 대규모 투자 실탄을 장전해줬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과 쌍용자동차에 이어 구조조정의 마지막 퍼즐인 HMM(011200) 투자금 회수 작업에 돌입했다. HMM 매각이 성사될 경우 산은은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새로운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는 성공적인 엑시트가 촉발한다. 투자금 회수는 곧 새로운 투자 기회를 낳고 신규 자금 확보에도 날개를 달아준다. 냉혹한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미리 살피고, 위험을 제거할 대안과 자금 회수 계획을 꼼꼼히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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