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 동물을 구조하는 일은 힘들어도 화려하고 눈에 띄지만 입양은 시간과 수고에 비해 아무래도 수수하고 주목받지도 못하죠. 그래서인지 동물 단체 중에서도 입양보다 구조 활동에만 집중하는 곳이 많아요. 하지만 그렇게 구조된 동물들이 지금 다 어디에 있을까요. 구조도 중요하지만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입양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서울 동대문구에 자리 잡은 민관협력 유기동물입양센터 ‘발라당’을 운영하는 최미금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동행)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기 동물 입양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발라당 입양센터는 서울시와 비영리단체인 동행이 2021년 문을 연 곳으로 재정은 서울시가, 운영은 동행이 맡고 있다. 동행은 발라당 센터 개소 이전에도 가정임시보호제도를 통해 연간 100여 마리 이상의 유기 동물에게 주인을 찾아주는 등 입양 활동 경험이 풍부한 단체다. 하지만 그런 동행도 요즘에는 입양이 무척이나 어렵다고 한다. 최 대표는 “유기 동물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크게 좋아지고 있지만 입양률은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라며 “입양 문의가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한 마리를 입양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기존보다 10배는 더 걸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동물자유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유기 동물 입양률은 2019년 26.4%에서 매년 증가해 2021년 32.1%까지 올라왔지만 지난해 27.5%로 도로 주저앉았다.
입양률 저하 배경에는 유기견 보호소를 사칭하는 ‘신종 펫숍’이 있다. 신종 펫숍은 ‘안락사 없는 보호소’나 ‘포기동물인수제’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사람들을 방문하게 한 후 품종 강아지 등을 보여주며 결국 유료 분양을 받도록 유도한다. 펫숍 대신 유기동물센터를 이용하자는 최근의 변화를 악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최 대표는 “사람의 눈에 유기견보다 품종 강아지가 훨씬 예뻐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인데, 유기 동물을 입양하겠다는 좋은 의도로 방문한 사람들을 속여 품종 강아지를 팔아먹는 악질적인 형태”라며 “최근 2~3년 사이 10~15배씩 직영점을 늘리는 대형 신종 펫숍의 출현으로 유기 동물 입양률은 곤두박질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국내 11만 마리의 유기 동물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안락사가 없는 보호소를 운영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안락사를 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지하실이나 창고에 가둬 놓고 입양 홍보조차 하지 않은 채 쓸쓸한 죽음을 맞도록 두는 일이 태반”이라고 덧붙였다.
입양보다 구조에만 집중하는 유기견 기관·단체도 아쉽다고 했다. 최 대표는 “발라당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하겠다고 방문했지만 실제로 문을 연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아무래도 기관 입장에서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편한데 생명은 그렇게 끝낼 수가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물보호단체 등도 화려한 구조 활동에 전념하는 것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기부나 후원자 모집에 유리하다 보니 구조에 좀 더 집중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입양은 여전히 2순위”라고 했다.
그럼에도 최 대표는 미래를 희망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으면서 자신이 거둔 생명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마포·구로구에 이어 최근 발라당이 있는 동대문구에도 동물복지지원센터의 문을 여는 등 정부의 관심이 커지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최 대표는 “발라당은 도심 속 센터라는 장점 덕에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이나 LG·유한양행·포스코인터내셔널 등 대기업 직원들이 산책 봉사 등을 자주 와주고 입양에도 유리한 점이 있다”며 “동대문센터와 발라당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경우 동대문구가 서울 유기견 입양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동행의 대표로서는 동행을 정부 보조금 없이도 홀로 설 수 있는 믿음직한 단체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다. 최 대표는 호암갤러리와 리움 등 유명 미술관에서 십수 년간 큐레이터 경력을 쌓으며 틈틈이 동물 관련 봉사를 해오다 최근 동행의 상근 대표를 맡게 됐다.
“상근을 하니 좋은 점은 동물 관련 정책 등에 목소리를 낼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에요. 새삼 돌아보면 이직이나 퇴직·이사 등 인생의 변화를 맞이하는 순간 반려동물이 이유가 됐던 때가 꽤 많았던 것 같아요. 동물과 함께하는 일에 모두 불편함이 없고 동물과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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