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테슬라’를 꿈꾸던 전기차 업계 스타트업의 절반 가량의 현금이 일년 내 고갈되는 ‘시한 폭탄’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적인 자금을 확보하거나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한 내년 말에는 줄폐업이 전망된다.
1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수년 내 상장한 43개 전기차·배터리 스타트업 공시를 분석한 결과 이중 18곳이 내년에 추가 펀딩을 유치하지 못하면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파산을 신청하거나 매각된 로드스톤 모터스, 프로테라, 일렉트릭 라스트 마일 솔루션 등 5곳을 포함하면 조사 대상 기업의 53%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 기업은 대다수가 팬데믹 전후 비교적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검증 통과가 수월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방식으로 상장했으나 현재는 이들 주가 중간값이 상장 초 대비해 80% 이상 폭락한 상태다.
이마저도 이들 중 7개 업체는 당장 수주 내 소진될 현금만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창업자인 트레버 밀턴이 사업 내용의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니콜라도 추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리비안, 루시드 등 전기차 업체 16곳은 향후 1년 이후에도 런웨이를 확보해 비교적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도 테슬라를 비롯해 완성차 업체들과 경쟁하며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까지 이른바 ‘생산 지옥’을 견뎌내야 한다. 리비안과 루시드의 경우 각각 차량 당 생산비용이 8만 달러에 달한다. 특히 미래형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는 패러데이 퓨처 인텔리전트 일렉트릭의 경우 차량의 시작가가 30만9000달러로, 지난 3분기에는 매일 87만5000달러의 비용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록, 피델리티 등 기존 투자사들도 추가 자금 투입을 망설이고 있다. 이미 수억 달러를 투자한 결과가 신통치 않은 탓이다. 월가의 투자 은행인 차르단의 브라이언 돕슨 총괄은 “모든 업체들이 넥스트 테슬라를 찾고 있었지만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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