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철도를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추진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밀어붙였다. 예타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가 ‘신속 예타’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표 획득을 위해 ‘입법 짬짜미’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1일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연달아 열어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을 수정·의결했다. 이 법안은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를 연결하는 철도의 원활한 건설을 위해 ‘예타 면제’를 핵심 내용으로 한다. 동서 간 지역 화합과 국토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윤재옥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해 역대 최다 인원인 여야 의원 261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며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거대 양당의 합심으로 연내 처리가 유력시됐다. 하지만 사업비가 당초 계획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포퓰리즘 행태라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정부의 반대에 발목이 잡혔다.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는 법안에 담긴 예타 면제 조항이 선례로 남아 비슷한 유형의 특별법이 남발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여야는 ‘예타 패싱’ 지적에도 ‘예타 면제’를 관철시켰다. 다만 예산 절감과 효율성 등의 의견을 수용해 고속철도를 일반 철도로 대체하고 ‘복선화’ 문구는 법안에서 삭제했다. 주변 지역 개발 사업도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했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부담 의무 조항도 삭제했다. 국토부의 추산에 따르면 예상 사업비는 ‘고속·복선’ 철도로 설계할 경우 11조 2999억 원에 달하지만 ‘일반·단선’일 경우 6조 429억 원으로 크게 낮아진다.
법안은 27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28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부가 여전히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만큼 연내 제정 여부는 미지수다.
한편 이날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는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안건을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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