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메모리반도체 제조 업체 마이크론이 중국 기업과 벌여온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정부로부터 판매 금지 제재를 받고 있는 마이크론이 화해의 신호를 보내면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반도체 갈등에 완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블룸버그통신의 24일(현지 시간) 보도를 인용해 마이크론이 중국 반도체 기업 푸젠진화(JHICC)와 벌여온 지식재산권(IP) 소송을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마이크론 대변인은 e메일로 “두 회사는 상대방에 대해 제기한 글로벌 소송을 모두 취하·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2017년 푸젠진화와 대만 파트너사인 롄화전자(UMC)가 자사의 메모리반도체 영업 비밀을 훔쳤다며 미국에서 고소했다. 미국 법무부에 의해 두 회사는 기소됐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푸젠진화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들에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후 UMC는 마이크론과 합의하고 미국 검찰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미국 검찰은 UMC의 혐의를 기각했으나 푸젠진화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여전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 5월 중국은 ‘심각한 보안 문제’를 이유로 마이크론 칩에 대한 판매 금지에 나섰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과 중국의 기술 확보를 막기 위해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한 데 대한 ‘맞불’ 성격의 조치였다. 회사 전체 매출의 약 16%(홍콩 포함)가 중국에서 발생하는 마이크론은 관계 개선을 위해 6월 중국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설에 43억 위안(약 77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8월에 대관 업무 책임자를 임명하는 등 중국 친화 행보를 계속해왔다.
이 같은 구애에 더해진 소송 중단 조치가 중국의 마음을 움직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정상회담을 전후해 마이크론에 “중국에서의 발전을 환영한다”며 화해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합의가 반도체 수출통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다소나마 완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