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이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실물 기기에 탑재되며 온디바이스AI 시대가 본격 개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내년 초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다양한 관련 제품이 공개될 예정이다. 학계와 연구계 전문가들은 CES 2024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온디바이스AI를 꼽으며 “AI가 어떤 분야와 제품에까지 탑재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는 서버·클라우드 기반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중심으로 AI 산업화가 이뤄졌다면 내년에는 스마트폰과 PC·가전 등 다양한 기기에 탑재돼 맞춤형 AI 기술을 선보이는 소형 AI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온디바이스AI는 수집한 정보를 클라우드에 전송하지 않고 기기 안에서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해 연산하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빠르고 보안성도 강하다. 삼성전자 등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온디바이스AI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만큼 CES 2024는 소형 AI 전쟁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온디바이스AI 열풍 실물로…정부 차원 지원 필요”
임기철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은 CES 2024를 앞두고 27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CES 2024에서는 AI의 무한 확장 가능성이 기기 등 ‘실물’로 나타날 것”이라며 온디바이스AI를 CES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임 총장은 “이번 행사에서 AI 기반의 초연결성으로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서비스와 제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CES 참가 기업 중 미국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행보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물론 AI 가속기 분야까지 독점하다시피하며 AI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전략을 살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GIS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광주시의 지원을 받아 총 446억 원 규모의 AI 반도체 생산 팹리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임 총장은 CES에서 주목할 분야로 기후·환경과 보건의료 등을 꼽았다. 그는 “사회가 당면한 기후·환경이나 보건의료, 에너지 분야의 위기를 AI 기술을 통해 풀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임 총장은 전 산업의 AI화 속도가 빠른 만큼 한국이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글로벌 빅테크가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과 사업화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한국도 AI 관련 인프라 구축과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AI 접목해 지속 가능성 강조”
연구계도 온디바이스AI 경쟁을 중요한 화두로 지목했다.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생성형 AI는 콘텐츠 제작, 디자인, 비디오게임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온디바이스AI는 스마트폰, 자동차, 가정용 기기 등에 통합돼 더 개인화되고 효율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IST는 CES 2024에 참가해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친환경 솔루션, 스마트홈 기술, 푸드테크, 자율주행, 디지털 헬스 분야 연구 성과를 소개할 예정이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은 “올해 CES에서는 온디바이스AI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면서 “내년 CES에서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전·자동차·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 온디바이스AI가 적용된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