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과 백내장 예방 효과가 있는 눈 건강 기능성 성분 ‘루테인’을 미생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국가바이오위원회 위원장) 연구팀이 루테인을 대량 생산하는 미생물 균주 개발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신시시스’에 이달 4일 게재됐다.
루테인은 눈을 산화 스트레스와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노화로 인한 시력 저하, 황반변성, 백내장 예방 및 개선 효과가 입증돼 눈 건강을 위한 건강기능식품으로 널리 판매되고 있다. 루테인 생산을 효율화하는 방법 중 하나로 미생물 대사공학이 있다. 미생물이 특정 재료 물질들을 루테인으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만 기존 미생물 대사공학은 루테인 생산량이 적고 부산물이 많이 만들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미생물이 루테인을 만드는 과정인 ‘대사 경로’ 중 원활하지 않는 특정 단계 대사반응을 개선해 문제를 해결했다. 전자가 효율적으로 이동하도록 대사 경로를 제어해 대사반응을 효율화하는 ‘전자 채널링’ 기술을 통해서다. 연구팀은 루테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 물질, 즉 효소들을 최적의 구조로 배열하고 주변 전자 농도를 높여 이 기술을 구현했다.
연구팀은 2022년 전자 채널링을 활용해 미생물의 일종인 대장균으로 루테인을 생산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한 바 있다. 이번에는 대장균이 가진 독소 문제를 해결하고 흔한 재료물질인 포도당을 활용해 루테인을 친환경적이고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생산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1시간 동안 미생물 균주 1L당 루테인 32.88mg(밀래그램)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시간당 수 mg 수준인 대장균 기반 생산 방식보다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미생물을 활용한 대사공학 기술은 기존의 식물 기반 및 화학합성 방식을 뛰어넘는 차세대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천연물의 효율적 생산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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