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가계부채, 고금리로 인한 내수 침체, 부동산 경기 불안 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부실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질서 있는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단기적인 금융시스템 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11월 19.3으로 직전 보고서가 발표된 5월(17.8) 대비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24.3) 당시보단 낮아졌으나 여전히 주의 단계에 놓였다. 높은 금리 수준으로 차주 채무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관련 리스크가 커진 결과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융시스템 취약성을 측정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1분기 46.3에서 3분기 41.5로 다소 하락했다. 다만 장기평균(38.1)보단 높은 수준이다. 가계신용 증가세가 기대만큼 둔화하지 않으면서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스템 내 잠재 취약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가계 소비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은은 금융시스템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지만 향후 통화 긴축 기조 변화 가능성, 내수 회복세 약화,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 등이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먼저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질 경우 최근 둔화하는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높은 금리 수준이 이어지면서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약화된다면 기존 차주들의 채무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취약가계나 부동산·건설업 등 대출의 신용 리스크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다시 위축될 경우 부동산 PF 관련 금융기관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실 흡수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금융기관들은 자산 건전성 저하에 대한 우려와 함께 예금 인출 시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부동산 PF의 주된 자금조달 수단인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나 기업어음(CP) 등 차환 리스크가 커지면서 신용 스프레드 상승과 자금조달 비용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한은은 대내외 충격에도 금융안정을 유지하려면 민간신용 관리 강화, 부동산 PF 시장불안 해소 도모, 금융기관 손실 흡수 여력 제고, 정책당국의 역할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가계신용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범위 확대 등 가계대출 관리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하고, 기업신용은 부동산 관련 비중의 점진적 축소를 유도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금융불안 방지 노력도 언급했다. 취약 요인이 두드러진 부동산 PF에 대해서는 대주단들이 자율적인 협약을 통해 사업 지속이나 구조조정 여부를 신속 결정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PF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한편 시장 원리에 따라 부실 PF 사업장의 질서있는 정리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도 부실채권에 대한 적극적인 상각이나 매각 등을 통해 자산 건전성을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당국도 대내외 리스크 요인 전개 양상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가운데 유관기관 간 정책 공조를 지속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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