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주요 동맹국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더는 ‘완전한 승리(tatal victory)’를 추구하지 않는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무게 추가 러시아 ‘격퇴’에서 ‘협상을 통한 종전’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미국 주요 매체들은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양보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내놓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조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와 미국 워싱턴 주재 유럽 외교관을 인용해 “그동안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초점은 러시아에 완전히 승리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있었지만 이제는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어 “협상을 통한 종전은 결국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내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은 반격 위주의 전략 대신 방어에 유리한 형태로 우크라이나 군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방공 시스템을 강화하고 전선을 따라 철조망이나 대전차 장애물을 설치하는 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전쟁을 궁극적으로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협상”이라고 말했다.
협상 카드의 구체적인 내용도 거론된다. 익명의 유럽 외교관은 “우크라이나가 최고의 상황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신속 가입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나토 가입 문제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보도는 푸틴 대통령이 종전 협상 의사를 갖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 며칠 뒤에 나왔다. NYT는 크렘린궁과 가까운 관계자 2명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은 지금의 전선에서 전쟁을 멈출 용의가 있다”면서도 “1m도 후퇴할 의사는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NYT는 이날 별도의 칼럼에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영토를 되찾겠다는 생각은 최선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진정한 승리는 전쟁의 지옥에서 벗어나 강력하고 독립적이며 번영한 국가로 자리잡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배정된 예산의 마지막 몫으로 2억 5000만 달러의 군사 지원을 발표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가 요청한 60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이 포함된 법안은 현재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의회가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여 우크라이나를 수호하고 미래 안보를 보장하도록 도와 미국의 안보를 강화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신속한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는 “동맹국의 지원이 매우 긴급하다”며 “공무원 50만 명과 교사 140만 명, 연금 수령자 1000만 명이 돈을 제때 못 받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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