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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떳한 어른 되고파" 인터뷰로 기억하는 故 이선균의 자취 [SE★이슈]

고(故) 배우 이선균이 생전 자신의 입장을 소명하고 있다. 사진=김규빈 기자




22년 간 대중의 앞에 섰던 배우 이선균이 지난 29일 영면에 들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지 두 달 만이다. 조사를 받으며 고인의 이미지는 심각하게 실추됐다. 마약 투약 사건에 연루되고 유흥업소 관계자와 불륜을 벌이는 행적 등이 노출되며 대중의 충격과 실망은 날로 커졌다. 세 차례의 경찰 조사와 그간 쌓아온 입지가 모두 무너지는 상황에 극심한 심리적 부담을 느꼈을 고인은 결국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그가 없는 빈자리에 남은 것은 고인이 남긴 작품 그리고 인터뷰다. 생전 그가 인터뷰에서 남긴 말을 통해 고인의 발자취를 되짚어봤다.

◇"연기는 일기, 계속 쓰고파" 22년 차 배우의 열정 = 황망한 마지막이지만 고인은 누구보다 연기를 사랑하는 열정적인 배우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이선균은 지난 2001년 MBC 시트콤 '연인들'로 데뷔해 약 6년간의 무명 시절을 거쳤다. 그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자신을 각인시킨 건 2007년 드라마 '하얀 거탑'. 이후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 '나의 아저씨', 영화 '기생충' 등 숱한 명작에 출연해 국민 배우로 발돋움했다.

배우 이선균이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잠’(감독 유재선)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


그러면서도 그는 무명 시절을 잊지 않고 늘 연기에 대해 진중하게 접근했다. 이선균은 올해 개봉한 영화 '잠' 기자간담회에서 무명 배우인 '현수'를 연기하는 소감에 대해 "지금은 유명한 배우가 됐지만 단역으로부터 배우가 됐다. 현수 입장이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신인 시절에 했던 부분이 기억나서 공감이 많이 됐다"고 돌이켰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인터뷰에서는 과거에 비해 연기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내 생계까지 책임질 만큼 삶에서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연기다. 예전에는 연기하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면 지금은 부담을 느끼는 부분도 있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도 생기긴 하더라. 보통의 40대 가장들이 느끼는 고민들과 비슷할 거다. 일에 대한 고민이다”고 40대 배우로서 가지는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꺼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기생충' 이후 선택한 영화 '킹메이커'에서도 20년 차 배우의 여유와 대담함이 느껴졌다. 인터뷰에서 그는 "'기생충'을 통해 영화제에 가서 칭찬도 많이 받고, 기운을 얻은 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거다. 이런 감사한 마음만 갖고 가려 한다. 한국 영화가 100년째 되는 해에 '기생충'으로 방점을 찍고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어서 기쁠 뿐이다"며 "연기는 꾸준히 하고 싶다. 작품과 작품 사이의 휴식이 저한테는 충분하다. 계속 이렇게 작품을 쭉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올해에는 코로나19가 종식돼 한국 영화가 부흥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뉴스매거진 시카고 유튜브 영상 캡처


생전 마지막 인터뷰가 된 미국 한인 언론 '뉴스 매거진 시카고'의 10월 7일 자 인터뷰에서도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제17회 '아시안팝업시네마영화제'에 초청돼 '최우수 성취상'을 수상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선균은 수상을 두고 "정말 용 됐다"며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신 것에 대해 상을 주신 것 같다"며 "앞으로 또 다른 일기를 써나가야겠다. 한 작품씩 캐릭터 만들어가는 과정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했다.

◇"떳떳한 어른 되고파" 아내 자랑엔 '진심' = 이선균이 대중에게 신뢰감 있는 배우, 번듯한 배우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로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등 그가 인간적으로 울림을 주는 배역을 다수 했고, 자신 역시 '좋은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 덕이다.

이선균은 특히 지난 2019년 개봉한 '악질경찰'에서 배우로서, 인간으로서의 지향점을 드러냈다. 세월호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이선균은 "자기 검열을 많이 한 작품"이라며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 ‘악질경찰’은 세월호를 정면으로 내세우진 않았지만, ‘우리가 어떤 어른이 되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후배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기보단,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살아가는 게 좋다"고 거듭 소신을 밝힌 바 있다.

배우 이선균 / 사진=서울경제스타DB


이선균이 대중에 긍정적으로 각인된 또 다른 이유는 가정에 충실한 '사랑꾼' 이미지 덕이었다. 지난 2009년 배우 전혜진과 결혼해 슬하에 아들이 둘 있는 그는 가장으로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자주 표현했다. 동료 배우이자 아내인 전혜진과는 함께 광고에 출연하는 등 돈독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일까. 그는 두 번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날 고개를 숙이며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선균은 아내와 가정에 대한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하는 편이었다. 2017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혜진 씨는 애들을 키우면서 연기하는 고충이 있고, 나도 마냥 즐길 수 없는 입장이 있다. 역할을 파야 하는 고민이 있다. 요즘엔 영화 홍보 방법이 다양해지고 많아졌더라. 촬영과 홍보하는 날이 겹치면 쉬는 날이 없다”고 아내와 가정, 배우로서의 삶을 언급했다. 영화 '불한당'에서 '천팀장'으로 사랑받은 전혜진을 두고서는 아내의 매력을 쿨하게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전혜진 씨가 인기가 좋다. 전혜진, 매력 있지 않나. 연기도 잘하고 시원시원하다. 저도 ‘불한당’ 영화를 되게 좋아하는데 ‘천팀장’ 전혜진이 잘 돼서 좋다”며 웃기도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 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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