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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이젠 어렵지 않아요" 경기도교육청 '이음 한국어 교실' 수업 참관해보니

학교 적응 어려운 다문화가정 학생 위탁 받아 집중 교육

노래, 그림 그리기 등 통해 한국어 실력 '쑥쑥'

안산교육지원청 별관 2층에 자리 잡은 ‘이음 한국어 교실’에서 다문화가정 초등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지난해 말 찾은 경기 안산시 상록구 안산교육지원청 별관. 2층에 자리 잡은 ‘이음 한국어 교실’에서는 20명의 다문화 가정 초등학생들이 교사의 지휘에 따라 한국어로 동요를 부르고 있었다. 발레리아, 아리즈, 에밀, 비짜, 다니엘…. 학생들의 책상마다 국적을 가늠할 수 있는 이름이 적힌 종이 명패가 놓여 있었다. 다양한 이름 만큼 다양한 나라에서 부모를 따라 이 땅을 찾은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발음은 다소 서툴지만 리듬 만큼은 누구 하나 틀리지 않았다. 칭찬해 주면 손바닥으로 책상을 치며 기뻐했다. 40분 남짓 수업 시간 동안 보인 집중력은 일반 초등학교 교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이음 한국어교실은 경기도교육청이 다문화가정 학생의 공교육 진입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는 한국어공유학교의 일환이다. 다문화 가정의 초등학생을 위탁 받아 집중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중도 입국 학생, 외국인 자녀 등이 학교장 추천을 받아 1~4학년(가온반)과 5~6학년(누리반), 두 개 반으로 나뉘어 50일 동안 하루 6교시 한국어를 배운다. 부모 손에 이끌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대부분 간단한 한국말조차 어려워 했다고 한다. 말이 안 통하니 또래 친구도 사귀지 못해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경기도교육청 소속 고려인 출신 뱍 알레나씨가 ‘이음 한국어교실’ 수업 진행을 돕고 있다.




그동안의 교육은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러시아에서 온 지가이 발레리나(13·여)는 부모가 먼저 한국에 온 뒤에 자리를 잡자 오빠와 함께 1년 전 입국했다. 때마침 전쟁의 공포가 러시아 전역을 휩쓸고 있던 터라 한국 행은 뜻밖의 선물이었다고 했다. 성안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발레리나는 짧은 체류 기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할 만큼 한국어에 재능을 갖고 있었다. 사계절이 빚어낸 풍경과 사람들의 친절함에 반했다는 발레리나는 이음 한국어 교실을 통해 한국과 더 가까워진 것 같다고 전했다. 교육을 마무리 하는 단계까지 온 이 아이는 “이제는 한국어가 더 쉽다”고 자신감까지 내보였다.

조 세르게이(14)는 석호 초등학교 6학년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부모를 따라 2018년 한국에 온 세르게이는 이음 한국어 교실을 통해 비로소 말문이 트였다. 드론 수업과 안산교육지원청 마당의 놀이터에서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배웠다. “한국어 단어가 어려워 말을 잘 못해서 또래 친구가 없었다”는 세르게이는 K-팝을 즐겨 부를 정도로 한국어에 익숙해졌다. 러시아어, 영어, 키르기스스탄어에 능통한 이 10대는 이제 한국어까지 섭렵해 4개 국어를 하게 됐다고 자랑했다.

경기도교육청 소속 고려인 출신 뱍 알레나씨는 수업 진행을 돕고 있다. 러시아권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그의 언어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알레나씨는 “한국어에 서툰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하면서 어느 날 문득 한국어로 인사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며 “한국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원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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