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마케팅·중간 유통 없애…시중 가공식품 6% 오를때 쿠팡PB 1% 내렸다

[고물가 해법, PB에 있다] <상>'물가부담' 소비자에 숨통

소비자물가 치솟았던 작년 3분기

육가공품 13%↑·쿠팡 육포 24%↓

유통·제조사 대량 직거래하는 구조

브랜드제품보다 가격 경쟁력 갖춰

기업들만 압박해선 물가 못잡아

PB 활성화 통해 안정 유도해야





지난 해 생활 물가가 전방위에서 고공 행진을 하는 동안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가공식품 가격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PB 상품 활성화가 물가 안정 효과를 거두는 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물가를 잡을 경우 물가가 다시 뛰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PB 제품 활성화 등 유통사와 제조사의 직거래를 통해 가격을 내릴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게 더 유효하다고 입을 모은다.

8일 서울경제가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제품 유통·제조를 전담하는 회사 CPLB의 가공 식품 총 43개 품목의 가격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3분기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07%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3분기는 소비자물가지수가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고 상반기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던 소비자물가등락률이 다시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던 때다. 실제 통계청이 가공식품으로 분류하는 총 73개 제품의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은 6.3%였다. 73개 품목 가운데 곰곰·딜리조이 등 쿠팡에 대체 가능한 PB가 있는 43개 품목을 따로 떼어내 가격 상승률을 따져보면 평균보다 0.4%포인트보다 더 높은 6.7%에 달했다.

쿠팡 PB 제품 중 해당 기간 동안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품목은 비타할로 이너 프로바이오틱스였다. 이 상품은 7990원에서 5866원으로 26.6% 가격이 하락했다. 이어 △곰곰 쇠고기 육포가 7760원에서 5935원으로 23.5% △콩물이 1만 447원에서 8371원으로 19.9% △깻잎지무침이 5100원에서 4320원으로 15.3% △한알 육수 조미료 35개입이 8990원에서 7725원으로 14.1% 각각 값이 내렸다. 같은 기간 이들 품목의 통계청 물가 상승률은 유산균 가격만 3.7% 떨어졌을 뿐 기타육류가공품은 13.1%, 두유는 11.0% 밑반찬은 3.8%, 혼합조미료는 9.6%씩 값이 올랐다.

제조업체가 만드는 NB 제품 가격과 인상률과 비교해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쿠팡 PB 상품과 매칭되는 화장지·세탁세제·샴푸·과자·설탕 등 총 23개 대기업 품목의 가격 인상률은 8.8%였다. 하지만 쿠팡의 PB 제품은 0.3% 가격이 하락했다. 세부 품목을 살펴보면 A사의 즉섭밥 제품이 1.3% 오를 때 쿠팡의 ‘곰곰 소중한 우리쌀 밥’은 10.1% 내렸다. B사의 ‘봉지 커피’가 12.2% 상승할 때 ‘곰곰 스테비아 커피믹스’는 13.4% 하락했다. C사의 시리얼 상품이 5.2% 오를 때 ‘곰곰 콘 플레이크 오리지널’은 13.3% 내렸다.



인상률과 달리 NB와 PB 제품의 가격 자체를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상품의 질과 용량 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제품 질이 동일하다는 전제 위에서 몇몇 제품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PB가 NB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다. 일례로 D사의 고추장 가격 1만 3000원에 형성돼 있는데 곰곰 찹쌀 태양초 고추장(1kg) 2개의 가격은 9668원이다. 된장의 E사와 쿠팡 모두 1kg 제품 가격이 7000원 대이지만 쿠팡은 ‘2개 들이’ 가격이다. F사는 9개 들이 김 제품이 4000원 대인데 쿠팡의 경우 64개 들이 김이 1만 1000원 대다.

PB 상품이 이처럼 비교 우위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제조사와 유통업체가 중간 유통과 마케팅 비용 등을 획기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체는 소비자와 직접 접촉 포인트가 있는 유통사가 소비자 반응을 살펴 주문한 제품 물량을 재고 부담 없이 생산해 공급할 수 있다”며 “유통업체가 대량으로 직매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간 유통 비용이 들어가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제품 가격 차이가 나면 선택 과정에서 의구심을 가질 수 도 있지만 우리나라 PB 제품의 경우 대형 유통사 브랜드를 달고 있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인기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유통사나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마케팅비를 아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원부자재 가격이 전년 대비 30% 정도 오르는 시장 환경에서도 쿠팡이 PB 가격을 내릴 수 있었던 비결도 ‘대량 생산’과 ‘제조사의 강화한 교섭력’이 꼽힌다. 한 관계자는 “쿠팡 PB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공장을 증설한 제조업체가 적지 않다”며 “많은 원부자재를 구매하다보니 공급업자와의 가격 협상도 유리하게 끌어간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PB 제품 활성화가 물가 안정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기업에 가이드 라인을 주는 방식으로 가격을 통제할 경우 그 규제가 사라지게 되면 기업은 손해 봤던 부분을 더 챙기려 할 것이고 그것은 더 큰 인플레이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시장 수요를 파악해 제조사 위험을 분산시키는 등의 효율화를 소매 업체가 잘 조직화한다면 PB 상품이 고물가 시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