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제4통신사로 선정될 사업자의 3%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는 주파수할당 이후 일정 시점까지 지분 매각을 금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속적인 사업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4통신사에 도전한 세종텔레콤·스테이지엑스·마이모바일 등 3개 기업의 경우 기업의 규모가 크지 않고 재정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 업체 중 일부는 금융권 등에서 재무적 투자자(FI)들을 유치한 상태지만 FI가 수익만 챙기고 떠나는 이른바 ‘먹튀’ 논란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16일 변재일 의원실이 국회에서 주최한 ‘바람직한 이동통신 정책 방향’ 전문가 좌담회에서 “신규사업자의 시장 실패와 이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생적인 역량을 갖출 유인을 제공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정부는 통신 3사의 과점 구도를 타파하고 통신비 부담을 낮춘다는 명분에서 4통신사 유치 카드를 꺼내 든 상태다. 이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서 회수한 28㎓ 주파수 대역을 신규 사업자에게 할당하는 한편 4000억 원의 정책 금융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세종텔레콤·스테이지엑스·마이모바일 등 3개 기업이 주파수할당을 신청했고 과기정통부는 오는 25일 이들 3개 업체를 대상으로 경매를 진행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우려가 큰 모습이다. 이미 통신 시장은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되며 가입자당매출(ARPU)은 떨어지는 등 성숙기로 접어든 상태다. 하지만 신규 사업자가 통신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초기 단계부터 수조원 규모의 망 구축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이에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기업의 자본력은 필수적이지만 정부는 주파수할당을 신청한 3개 기업에 대해 관련 능력에 대한 심사를 거치지 않고 ‘적격’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당초 업계 안팎에서 거론되던 대기업 대신 중소·중견기업들이 주파수할당에 참여한 것도 4통신사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다. 앞서 일곱 차례나 4통신사 선정 작업이 실패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모 교수는 “정부는 2010년부터 총 7회에 걸쳐 제4이통 정책을 추진했으나 7회 모두 신청기업들의 자격 미달로 제4이통 선정에 실패했다”면서 “자금조달 계획의 실현 가능성 부족은 허가심사 탈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세종텔레콤은 2015년 제4이통 허가심사에서 탈락한 기업이며 나머지 2개사는 신설법인으로 컨소시엄 주관사나 투자자 측면에서 상당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이 일부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했지만 FI들이 초기에 투자 수익 회수에 나서면 회사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신규사업자의 경영 안정성을 보호하고 투자자의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선 주파수할당에 일정 조건들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파수할당 이후 일정 시점까지 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을 금지하는 방법은 대표적인 방법이다. 모 교수는 “신규 사업자가 6000개 망 구축 의무를 이행하거나 정책금융 상환을 끝내는 시점과 같이 일정 시기까지 3% 이상의 주요 주주는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사업계획서 또는 주파수이용계획서의 자금조달 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출이나 주파수를 조기 회수하는 등 조치도 예시로 제안했다. 모 교수는 “신규사업자의 시장 실패와 이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의존형 사업자가 아닌, 자생적인 역량을 갖출 유인을 제공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변재일 의원은 “정부가 계획한 파격적인 재정투입이 혈세낭비로 그치지 않으려면 적어도 신청한 사업자들의 수익성, 재무건전성 등 재정능력과 설비투자 의지까지 엄격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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