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독주가 아니라 앙상블이 될 수 있을 것 같을 때 작품을 선택해요. ‘경성크리처’도 제게 그런 작품이었어요.”
15일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배우 한소희(사진)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작품은 독립을 앞둔 1945년, 경성 최고의 전당포를 운영하는 ‘태상(박서준 분)’이 사라진 어머니를 찾는 ‘채옥’을 만나 일본군의 비밀스러운 실험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다룬다. 한소희가 맡은 ‘채옥’은 죽은 사람도 찾아낸다는 조선 최고의 토두꾼으로, 민첩한 움직임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유능한 인물이다. 그러나 끝끝내 실험으로 인해 ‘크리처’가 되어버린 어머니를 조우하는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경성크리처’는 이처럼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일제강점기 시대 인물들이 등장하는 10부작 시리즈다. 지난달 파트 1(1~7화), 지난 5일 파트 2(8~10화)가 차례대로 공개됐다. 지난해 하반기 넷플릭스 최고의 기대작이었지만, 앞선 파트 1이 공개된 직후 시청자들은 혹평을 거듭했다. 태상과 채옥의 갑작스러운 로맨스, 독립군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 논란 등이 복합적으로 불거졌다.
비판에 대해 한소희는 “우리가 우리의 뜻을 전했는데 ‘왜 다르게 곡해를 하느냐’고 생각하는 건 무례한 일”이라면서 “처음 호불호가 갈렸을 때 이렇게 보시는 분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가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경성크리처’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시대 속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한소희는 지난달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올리면서 “경성의 낭만이 아닌, 일제강점기 크리처가 아닌, 인간을 수단화한 실험 속에 태어난 괴물과 맞서는 찬란하고도 어두웠던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의 이야기”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팬으로서 슬퍼졌다”고 남긴 한 일본인의 댓글에 한소희가 “슬프지만 사실인걸요”라고 답한 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일본어로 ‘악플’이 많이 달렸다고 하는데, 일본어를 하지 못해 잘 몰랐다”면서도 “한국말로 알아보기 쉽게 댓글을 달아준 사람의 용기에 답변한 것 뿐이다. 디엠으로도 ‘인신공격해서 미안하다’라는 일본인들의 연락이 많이 왔다”고 전했다. 논란에 대해서는 “내가 한 말은 금기어가 아니지 않나. ‘이게 왜?’라는 생각이 든다. 논픽션과 픽션이 섞인 대본 안에서 채옥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했고, 서로 인정할 걸 인정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긴 촬영 기간 동안 오롯이 채옥으로 지내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한소희. 주목받는 배우로서 30대에 접어든 그는 자신의 무기로 솔직함을 꼽았다. “저를 객관화시켜서 탐구하고, 스스로를 향해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해요. 왜 팬들이 저를 좋아할까? 수요와 공급을 따지기도 하고요. 결론적으로 솔직한 제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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