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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연출된 현장에 '민생은 없다'

주재현 정치부 기자





“일이 산더미입니다. 장소도 고민해야 하고 적당한 패널들도 초청해야 하니까요. 신년 업무보고만 하려 해도 눈코 뜰 새 없는 데 설상가상이네요.”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 토론회를 준비 중인 한 대통령실 관계자의 푸념이다. 기존의 보고서만 만들면 되는 업무보고와 달리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고민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현장을 찾겠다고 공언하니 공무원들은 현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이렇게 ‘짜인 현장’에서 네 차례 민생 토론회를 주관했다.



기획된 현장은 감동이 없다. 주택정책으로 발표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는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 소재다. 법 개정이 필요해 당장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작 국민적 관심이 큰 ‘순살 아파트’나 ‘부동산 PF’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반도체 전략을 논의한 민생 토론회 역시 기시감이 들었다. 그간 발표된 투자 전략을 종합한 것 외에 ‘한 방’이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획된 틀에 맞추느라 국민 패널들의 발언도 진부했다. 지역 주민이 어려움을 토로하면 담당자가 바로 답변하는 모습이 연출됐지만 기획 의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발언에 나선 공무원들 역시 구체적인 대답보다 구호나 다짐을 내놓는 모습이 포착됐다. 윤 대통령이 ‘충TV(충주시 유튜브)’를 언급한 것을 겨냥해 “충TV처럼 정책 홍보를 하겠다”고 말하거나 기업인의 건의에 “불이 꺼지지 않는 정부가 되겠다”고 답하는 식이다. 반도체 민생 토론회에 참석한 ASML코리아 대표 역시 “아직 풀리지 않은 규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상식선의 건의를 하며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내용이 공허하니 유튜브 생중계 댓글에는 ‘이게 토론이냐’ ‘뻔한 질문만 나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심지어 ‘잘 기획된 현장’에조차 나타나지 않아 국민들을 씁쓸하게 했다. 22일 ‘생활 규제’를 주제로 열린 민생 토론회에서는 참석자들이 대기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자리가 정리됐다. 윤 대통령이 행사 시작 40여 분 전에 돌연 불참 소식을 전해서다. 감기 기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지만 연초부터 민생과 현장이 최우선이라고 윤 대통령 스스로 강조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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