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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조세 부담 12.5억…소득 40%는 세금"

韓 장기 재정건전성 지표 13.3%

EU 평균 2.7%…美는 8% 수준

'내년부터 조세 상향' 가정해도

2021년 후 출생자 12.4억 부담

증세 15년 연기 땐 절반이 세금





한국의 장기 재정 건전성 지표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산출하는 고위험군 기준치를 2배 이상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복지와 지출 구조만 유지해도 향후 정부 재정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미래 세대가 부담을 떠안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전 한국재정학회장)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다음 달 1일부터 서울대에서 개최되는 ‘2024 경제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EC는 역내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단기(S0)와 중기(S1), 장기(S2) 등으로 구분해 평가한다. S2는 2070년께의 상황을 보는 장기 지표다. 지금의 제도로 인해 발생할 미래의 재정적자를 메우고 현시점의 정부 부채를 모두 갚기 위해 필요한 조세 부담을 미래 시점의 부가가치(GDP 총액)로 나눈 것이다. 숫자가 클수록 위험도가 높다는 의미다.

전 교수가 S2 지표를 이용해 분석한 한국의 S2는 2022년 기준 13.3%로 EC가 설정한 고위험군 기준(6%)을 두 배 이상 상회한다. 한국의 장기 재정 건전성이 EC가 보는 레드라인을 크게 뛰어넘은 셈이다. 유럽연합(EU) 평균은 2.7%에 불과했다. 영국과 미국은 8% 수준이다. 전 교수는 “S2에서 더 나아가 현재와 미래에 각 세대가 전 생애에 걸쳐 부담해야 할 조세를 추계한 결과 지금의 재정정책은 유지가 불가능하다”며 “현재 정부 부채 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아직 확장적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공동학술대회에 참가하는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의 시기에 진입한 만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원스톱 정책 지원 패키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노동 인력 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지출구조 개혁 필요”


유럽연합(EU)의 재정 고위험군 기준치를 두 배 이상 웃도는 한국의 장기 재정건전성 지표(S2)를 개선하기 위해 국내 경제학계는 ‘속도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조세·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수준을 넘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전 한국재정학회장)가 다음 달 1일 ‘2024년 경제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세대 간 회계 추계 결과는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논문에서는 2021년 이후 출생한 미래 세대가 현행 제도에 따른 재정적자를 보전하고 지금의 정부 부채를 모두 상환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창출될 부가가치(GDP) 총액의 13.3%가 투입돼야 한다고 예측했다. 이를 고려하면 미래 세대가 남은 인생에서 부담해야 할 조세 부담 규모(잔여생애 순조세 부담)는 12억 4500만 원에 달한다. 생애소득 대비 40%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전 교수는 “과거 재정 정책과 현 제도는 상당 수준의 세대 간 불평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현시점에서 교정할 수 없다”며 “심각한 문제는 현 제도하에서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제고하려면 미래 세대가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추가 부담의 절대 규모가 매우 크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한국 재정을 진단할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도 “관리재정수지 적자의 만성화를 막기 위해서는 재정 운용 기조 및 지출 구조의 조속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조세 부담 상향 시점이 늦춰질수록 부담 규모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25년에 모든 조세와 사회보험료, 부담금을 같은 비율로 상향 조정할 경우 재정 건전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현 제도에서의 조세 및 사회보험료, 부담금 총액의 41.9%인데 2030년으로 5년 늦어지면 44.3%로 증가한다. 2040년으로 15년이 연기되면 50%까지 치솟는다.

한국의 부채 문제 해결을 둘러싼 논의와 제언은 공동학술대회 둘째 날 이어지는 제2전체회의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과도한 부채가 민간소비 등 경제 전반의 활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가계부채 총량 관리, 총부채상환비율(DSR) 제도 개선 및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 등 가계부채의 양적, 질적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며 “기업부채에 대해서는 이연돼왔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본격적인 현재화에 대비해 선제적인 대응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PF 부실에) 기업들의 부동산 금융 대출(익스포저)을 종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정기적인 스트레스테스트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부채의 급증을 막거나 공기업 또는 금융기관의 정부 의존성을 줄일 필요가 있는데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는 중장기적으로 의무지출과 복지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정부 부채의 급증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공기업과 금융기관의 정부 의존성을 줄이고 자생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학술대회에 참여하는 또 다른 경제학자들은 기업·노동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내놓을 예정이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국내 기업 구조는 대다수 고용이 저생산성·저임금 소기업에 집중돼 있는 구조”라며 “50인 미만 소기업 고용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국가 중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0년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고용 중 50인 미만 기업에 소속된 종사자는 65.5%에 달했다.

이에 박 교수는 “대부분의 비교 국가는 이런 현상이 개선됐지만 한국의 영세성은 심화하고 있고 대규모 사업체들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역량을 감안해 급격한 제도 및 정책 변경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학술대회에서 기업 성장 유인 체계가 장착된 새로운 중소기업 정책, 규제 등이 담긴 ‘패키지 조합’을 고안해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계획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구 변화가 초래할 한국 경제의 위기 요인을 짚고 “인적 자본과 일자리 간 미스매치 완화를 위한 교육 및 노동 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발표 자료에서 “인구 변화는 산업·기술 변화와 결합해 산업 및 직종 간 노동 수급 불균형 문제를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며 “현재와 같은 교육의 경직성과 훈련의 부재가 유지되고 부문 간 이동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노동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미스매치)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 재정 건전성 지표(S2)


현 제도로 인해 발생할 미래의 재정적자를 보전하고 현시점의 정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조세 부담을 국내총생산(GDP) 총액의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 재정이 직면하는 위험을 나타내며 현재 생존하는 세대와 미래에 출생할 세대 전체가 감당해야 하는 정부 재정 불균형을 가리키는 지표로 쓰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S2가 6%를 웃돌 경우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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