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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 “화순병원 암 분야 세계 120위…AI·디지털헬스에 지역·필수의료 답 있어”

◆강대희 서울대 의대 지역의료혁신센터장(예방의학교실 교수)

‘필수 의료 정책패키지’ 적절…디지털헬스 빠져 아쉬워

의사과학자 연 10명 불과, KAIST·포스텍 의대 허용해야

의대 정원 단계적 확대 필요, 당장 네자릿수 증원은 무리  

원격 의료 본격 정착시키고 병원·벤처 해외 진출 늘려야

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5일 연구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를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과 AI·디지털 기술 접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지역 의료를 살리려면 전남 화순에서 인공지능(AI)·디지털 바이오헬스를 기반으로 한 화순전남대병원을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시골 병원인데도 세계적 수준의 암 전문 병원으로 특화해 전남 지역 암 환자의 60%를 소화할 정도예요. 지역 병원을 혁신하면 서울 주요 병원 못지않게 큰 역할을 할 수 있지요.”

서울대 의대 지역의료혁신센터장을 맡고 있는 강대희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5일 대학 연구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역·필수 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 패키지를 이달 1일 발표했는데 AI·디지털 바이오헬스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정책의 골자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 확대, 향후 5년간 외과·내과·산부인과·소아과·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 분야에 10조 원 이상 투입 및 필수 의료 수가 인상, 필수 의료 의사 형사처벌 완화법 추진 등이다. 하지만 미래 성장 동력 확충 및 병원·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디지털 바이오헬스 진흥 방안이 빠져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한국의과대학협회로부터 ‘올해의 교수상’을 받은 강 교수는 “제대로 된 의사과학자 양성과 바이오헬스 컨트롤타워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수·지역 의료 분야가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윤 대통령과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의지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이르면 7일쯤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할 예정인데.

△정부는 2035년에 의사 수가 1만 5000명 부족할 것으로 본다. 네 자릿수의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데 무리다. 우선 2025학년도 입시에서 800명가량을 늘리는 게 적절하다. 의대 정원이 연간 3058명인데 20년 만에 확충한다고 하더라도 굳이 의사 단체의 강한 반발을 부를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의대생을 키우는 게 힘들다. 내진하고 피 뽑을 수 있는 마네킹 하나 사는 것도 1억 원이나 든다. 국민의 지지를 모으고 의사 단체를 잘 설득해 단계적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8월 의대 정원 확대를 발표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상황이 어떤가.

△당시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보건복지부 차관이 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 사업, 비대면 진료 도입 등을 내세웠다가 인턴·레지던트 등의 집단 휴진으로 무산됐다. 당시 의대 증원의 경우 2022학년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을 늘리겠다고 해 의사의 반발이 컸다. 이번에도 집단 반발이 있겠지만 정부가 그동안 필수·지방 의료 확충의 필요성을 많이 얘기해왔고, 대통령도 필수 의료 패키지를 이해하고 소화한 뒤 직접 발표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필수·지역 의료 분야 활성화와 의사 형사처벌 완화가 눈에 띄는데.

△필수 의료 분야에 5년 동안 10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반면 피부과의 일부 미용 진료는 간호사 등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산부인과·응급의학과 전문의보다 개원한 피부과 일반의가 돈을 더 버는 게 말이 되는가. 필수 진료과에서 의료사고가 나더라도 원칙적으로 해당 의사에 대한 공소 제기를 제한하는 법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의사들의 입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정부·정치권이 의사 단체와 잘 협의하면서 이공계 기반 확충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미래 수요에 기반해 해법을 잘 제시했다고 해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 구축이다. 의사 단체와 충분히 협상해 대승적 합의를 끌어냈으면 한다. 인재 쏠림 현상 심화 우려도 나오는데 이공계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이공계와 의대가 융합해야 한다. 올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도 혁신 R&D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 과정으로 작용해야 한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가 경북도청에 있는 호랑이 박제 모형과 같이 찍은 사진 위에 제자들의 얼굴을 합성한 작품 앞에서 팔짱을 끼고 있다. /성형주 기자


-필수·지역 의료 활성화를 위한 AI·디지털 기술의 접목도 매우 중요한데 이번 발표에는 빠졌다.

△의료 산업화에 대한 내용이 빠져 아쉽다. 초고령 사회 질병 패턴의 변화를 보고 예방의학과 맞춤의학을 위해 AI·디지털헬스 등 의료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필수·지역 의료와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때 제한적으로 실시한 원격의료의 정착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 원격의료를 바라는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점을 고려해 원격의료를 도입해 정착시켜야 한다.



-지난해 발족한 서울대 지역의료혁신센터의 장으로서 지역 의료 혁신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는데 성공 모델이 있는가.

△지역 의료는 화순전남대병원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20여 년간 폐암·위암·대장암 등 암 전문 병원으로 특화해왔다. 세계적인 암 진단·치료·관리 체계를 갖추고 환자 생존율도 높다. 디지털헬스 기술을 활용한 협진을 통해 지역 의료를 혁신하고 있다. 전남 지역 암 환자의 60%를 소화하고 있다. 미국 시사 주간지인 뉴스위크가 지난해 스타티스타와 함께 세계 28개국의 300여 개 병원, 4만여 명의 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12개 분야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화순전남대병원이 종양학 분야에서 120위를 기록했다. 전남도와 전남대병원·화순전남대병원·씨어스테크놀로지·카카오헬스와 맞춤형 암 예방 앱을 만들어 실증하려고 한다.

-경북·전북·부산 등과도 의료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데.

△경북 포항과 뇌졸중, 전북 남원과 치매, 부산 기장과 암 예방·관리 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뇌졸중 환자의 경우 경북이 가장 많고 전남이 그다음이다. 응급 이송 체계를 갖추고 디지털헬스를 발전시켜야 한다. 포항시·경북소방본부·포항세명기독병원·포항성모병원·에스포항병원 등과 함께 실증 중이다. 구급대원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구급대원이 환자의 사진을 찍으면 포항에서 응급의학과·신경과 의사가 같이 판단하는 것이다. 치매 관리의 경우 전북도·전북대병원·남원시·남원시보건소·남원의료원과 함께 앱을 개발하고 있다. 남원에만 6000여 명이 인지 장애를 겪고 있다. KB금융그룹의 지원을 받아 인지 장애를 평가하고 치매 속도를 줄이는 데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우려되는 현실에서 의료 산업 육성이 시급한데.

△미국 보스턴바이오클러스터처럼 병원·대학·기업이 3박자를 잘 이루고 투자사도 실력을 갖춰야 한다. 기존 의대를 혁신하고 KAIST·포스텍·UNIST에 의대를 만들어 의사과학자들을 키워야 한다. 한국에서 매년 배출되는 의사과학자가 10명이 채 안 된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겸 코리그룹 회장이 포항에 3000억 원을 투자해 코리아 메디컬 허브의 구축을 추진하는 등 기업들이 많이 노력하는데 의사과학자들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우리 의료인은 토종 중심이다. 지난해 QS 대학 평가에서 세계 37위까지 올라간 서울대 의대도 540여 명의 교수 중 미국 박사 출신이 10명도 안 된다. 의료 산업을 키워 국가의 부를 창출해야 한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교수가 부친의 고향인 함경남도 이원군 남송면 원평리의 지도를 가리키며 통일 이전이라도 인도주의적인 대북 의료 지원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수년 전부터 병원이나 의료 기업의 해외 진출도 점차 늘고 있는데.

△서울대병원은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등을 제치고 2015년부터 아랍에미리트의 셰이크칼리파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으로 신장 이식수술을 하고 현지에 많은 비만 환자의 당뇨병 관리를 위해 초정밀 의료를 한다. 글로벌 헬스케어 4.0을 위한 혁신 벤처도 늘고 있다. AI 재생 의료사인 로킷헬스케어는 당뇨발, 무릎 연골 손상, 신장 신부전을 치료하기 위해 AI로 해당 부위를 찍어 체내 성분을 추출해 바이오프린팅한 뒤 바로 붙여 큰 효과를 본다. 데모임상을 올해 50여개국으로 확대해 맞춤의학 시장을 개척 중이다. 씨젠 자회사로 맞춤형 검사와 예방 관리를 추구하는 오픈헬스케어는 카자흐스탄과 베트남의 병원을 인수했다. 신약 개발 벤처인 CG인바이츠는 괌의 병원 인수를 추진 중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사인 휴먼스케이프는 인도네시아에에 진출했다. 저도 암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해외 진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른바 ‘의료 관광’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지만 병원과 기업의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번에 대통령실에 과학기술수석실이 신설된 것을 계기로 첨단 바이오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했으면 한다.

△민간에서 과학기술수석실 첨단바이오비서관을 맡게 된다. 현재 사회복지수석실에 보건복지비서관이 있는데 업무 분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총리실 산하에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도 있다. 그런데 핵심은 보건복지부를 보건부로 바꾸고 노동 분야는 고용노동복지부로 개편해 이전하는 것이라고 본다. 보건부는 지역·필수 의료는 물론 미래 먹거리를 챙겨야 한다. 이를 위해 보건산업청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여러 부처별로 바이오헬스 진흥 기능이 흩어져 원스톱 서비스가 안 된다. 혁신 의료 벤처가 허가를 받으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한국보건의료연구원·건강보험공단을 왔다 갔다 하느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항체 코로나 진단 키트를 개발한 젠바디도 2021년부터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1000만 달러의 연구비를 받았는데 심사·허가 기간이 오래 소요돼 애를 먹었다. 재생의료·인공장기, 혁신 의료 기기, 예방 의학, 원격의료, 디지털 치료제, 맞춤형 유전자·세포 치료, 뇌과학 등 첨단 바이오를 적극 키워야 한다.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에서 벗어나 퍼스트무버(선도자)로 도약해야 한다.

◆He is…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상문고,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보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로서 연구부처장, 서울대 의대 학장을 지냈다. 현재 서울대 의대 지역의료혁신센터장과 미래발전위원장, 분당서울대병원 초고령사회의료연구소장, 한국원격의료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의사과학자양성협의회 위원장, 바이오프린팅·재생의료연구회장도 맡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과대학협회로부터 ‘올해의 교수상’을 받았다. 대한소화기병학회장을 지낸 고(故) 강형용 박사가 부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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